2020년 2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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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음식의 꽃이다
박균조
전남도 공무원교육원장

  • 입력날짜 : 2016. 02.18. 19:00
전통주는 어떤 술일까. 흔히들 역사가 오래된 술을 전통주라고 생각하지만,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1)주류부문 중요무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2)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3)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지역특산주), 4)예로부터 전승되어오는 원리를 계승·발전시킨 술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막걸리 한 잔 할까, 약주 한 잔 할까’ 할 때의 약주, 가양주, 동동주, 탁주, 막걸리는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알코올의 함량, 술을 담그는 재료 등의 차이가 있지만, 약주(藥酒)는 술의 조심스럽고 점잖은 표현이다. 조선시대에는 가뭄이나 흉년이 들면 금주령을 내렸는데 약으로 마시는 술은 예외였다. 일반 백성들은 금주령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약술을 빚었으며, 약술은 금지령을 피하는 하나의 대안이었다. 현행 주세법에서는 ‘맑은 술’로 분류된다. 쌀, 보리 등 곡류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뒤 맑게 거른 술이 약주다.

발효된 술을 거칠게 거르면 탁주(濁酒)가 되며, 막걸리와 동동주가 있다. 완전하게 발효되기 전 고두밥의 밥풀이 둥둥 떠 있는 상태가 동동주다. 밥풀이 가라앉은 것이 막걸리이고, 가양주(家釀酒)는 집에서 빚는 술을 가리킨다.

막걸리의 최고 안주는 ‘땀’이라는 말이 있지만 술을 맛있게 마시는 3대 조건을 든다면 사람, 장소, 안주다. 즉 누구와 어디에서 무슨 안주로 어떤 종류의 술을 마시느냐다. 우선 사람이다. 최근 들어, ‘혼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대유행이다. 요즘은 혼자 술 마시는 것에 대하여 별 거부감이 없다. 인터넷에도 ‘혼자 술 마시기 편한 장소’를 소개하는 글이 많다. ‘싱글족’이라 불리는 1인 가구의 비율이 2010년 15.8%에서 2016년 27.6%로 늘어 난 것을 보아도 여가를 혼자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다른 사람의 구속을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술을, 내가 원하는 양 만큼, 내가 먹고 싶은 안주와 함께”라는 구호와 장점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혼술의 다른 측면에 주목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기분이 우울할 때, 슬플 때, 실연을 당했을 때, 원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등 속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반복적으로 술에 의존해버리는 습성에 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장소다. 안주와 연관되지만 음식을 잘하는 집인가, 종업원의 서비스 질은 높으며 친절한가, 제철음식을 요리해 주는가, 밑반찬이 입에 맞는지 등이 판단의 주요소다. 연인과 밥을 먹으면 허술한 집에서도 지루하지 않고, 밥맛이 나듯이 장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나이 든 술꾼들은 뒷골목의 옴팍 집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안주다. 술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전통주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음식이 동반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주 육성을 위하여 정부는 2016년부터는 한식당이나 백반 집에서도 직접 빚은 막걸리, 약주 등의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적절한 조치다. 와인과 치즈, 사케와 사시미, 맥주와 소시지처럼 우리 전통주도 전통주별로 궁합이 맞는 안주가 개발되어야 한다. 남도 막걸리와 홍어삼합, 백련 막걸리와 골뱅이 무침, 한산 소곡주와 생아구 요리 같은 환상의 조합을 들 수 있다. 2012년에 한국에 온 뒤 현재 막걸리 소믈리에로 활동 중인 무라오카 유카리(일본국 고베 출신)씨는 ‘삼겹살을 먹을 때는 금정산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고 한다. 여성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고로 꼽는 한국산 막걸리로 찹쌀 막걸리인 함평산 ‘자희향’을 추천하는 막걸리 홍보 맨이다.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찾는 ‘제1회 우리술 주안상 대회(2015. 10)’는 환영할 일이다. 주안상 술로 지정된 전통주는 가평 잣막걸리, 문배술, 매실원주, 과하주술아, 우포의 아침 등 5가지였다. 막걸리를 물밥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술은 백약지장(百藥之將) 즉, 모든 약의 으뜸이다. 전통주는 음식과 다름없다. 허기를 채우고, 노동의 끝에 즐긴 최후의 영양 공급원이었다. 전통주에는 조상들의 애환과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그래서 ‘음식의 꽃은 술’이다.

그러면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할까. 술 마시는 방법으로 의사들이 권하는 방법은 식사를 먼저 하기, 음주 중에 물을 충분하게 마시기,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 먹기 등이다. 아울러, 저녁술을 즐기는 최소한의 원칙 즉, 9시까지, 1가지 술로, 1차만 즐기는 ‘911법칙’도 권해진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정리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113권 52책이다. 그 중 ‘정조지(鼎俎志)’는 음식과 술 만드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조상들로부터 술 만드는 비법을 전해 받은 우리의 책무는 전통주의 명품화·세계화다. 젊은이들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고, 생막걸리 한 잔에는 요구르트 약 3-40병의 식물성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효능도 널리 알리자. 전통주와 음식이 한데 어우러진 문화를 창출하고 수출전략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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