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은 내년 2월19일까지 본관 3·4전시실에서 ‘제2회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전시를 연다. 이 전시에선 성오 탁연하, 금봉 박행보, 백민 조규일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아카이브(Archives·공공의 기록이나 역사적 기록물을 저장하는 장소 혹은 대상이 되는 기록물)는 최근 들어 학문의 어느 장르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미술관련 아카이브는 작가의 작품, 예술 일대기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시대를 풍미했던 미술 사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남미술사 연구, 기록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처음으로 아카이브프로젝트를 마련했고 올해도 그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2: 호남미술을 말하다’ 전시에서다.

성오 탁연하(위부터). 금봉 박행보. 백민 조규일

내년 2월19일까지 미술관 본관 3·4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성오 탁연하(84·조각), 백민 조규일(82·서양화), 금봉 박행보(81·한국화) 선생 등 광주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3명의 삶, 예술인생, 작품 이야기를 다룬다. 세 원로작가는 모두 1930년대 초·중반에 출생해 광주미술의 기반을 다졌다.

전시에선 3인의 원로작가가 소장한 주요 자료와 작품, 그리고 작가들을 대상으로 구술 채록한 영상과 채록문을 함께 볼 수 있다. 사진, 신문기사, 엽서, 전시 팸플릿, 화첩, 상장 등 여러 실물자료가 한 자리에 전시된다. 이를 통해 예술가로 성장했던 배경, 작품 활동의 전개 과정, 예술관과 함께 작가가 체감했던 광주·전남 미술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성오 탁연하 선생에 대한 기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 성오 선생은 목포 출신으로 1960년대에 광주에서 활동했던 조각가다. 선생은 광주 최초 대형옥외조각상인 상무대 ‘을지문덕상’(1953) 제작에 참여해 조각을 시작했고, 광주에 머무르면서 ‘4·19학생의거 기념탑’, ‘동학혁명기념 전봉준 장군 동상’,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등 기념 동상을 다수 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제작한 추상조각인 ‘트위스트(Twist)’ 연작이 그의 대표작품이며 동시에 한국전쟁을 형상화한 ‘수장’을 제작하고 있다.

성오 선생의 취미는 사진촬영으로, 광주전남미술 관련 사진과 자신이 참여한 공공미술 작품 사진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소장한 여러 사진 자료를 통해 문자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초창기 광주전남 조각사를 확인해볼 수 있다.

성오 선생을 다 돌아보면 금봉 박행보 화백에 대한 기록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금봉 화백은 진도에서 태어나 의재 허백련 선생, 소전 손재형 선생을 사사했으며 만취 위계도 선생에게 한학을 배웠다.

금봉 선생은 대범하고 흥취 어린 수묵 필치, 자유롭고 분방한 먹색의 농담 변화로 전통 문인화에 생명감을 불어 넣는 수묵화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한문의 교양과 글씨 수업을 수행하며 시·서·화 병존의 문인화 정신을 고수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화백의 대표작품과 즐겨 쓰는 한시, 화백이 소장한 자료와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난초와 수석 등 애완물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민 조규일 화백은 보성 출신으로 단순한 구성과 밝고 맑은 색채로 자연의 변화를 표현한 화가다. 화백은 조선대 재학 시절부터 오지호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고, 오지호 선생의 생명감 넘치는 자연의 색채 표현과 구상적 회화에 특히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호 ‘백민(百民)’은 ‘찬란히 빛나는 백제의 백성’이라는 의미로 오지호 화백이 지어줬다고 한다.

백민 화백은 당대 유명 작가들 중 가장 많은 아카이브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품과 함께 스승 오지호의 친필, 스승과 제자 간에 주고받았던 서신, 광주전남지역의 미술전시회 팸플릿 등 화백이 평생 간직했던 자료를 볼 수 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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