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세계적인 병원과 연구소를 갖춘 희귀질환 센터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원광대 광주한방병원 김성철 루게릭(ALS)센터장이 최근 브라질의 국제학술대회에 초청받아 한국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루게릭 질환 치료에 희망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희귀난치질환학회장과 광주시 희귀질환협회 의료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김 센터장은 현재 식약처 승인 임상2상연구를 진행중인 루게릭치료제 메카신이라는 한약과 침술로 희귀난치질환의 치료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브라질 마세요에서 열린 루게릭(ALS: 근위축성측삭경화증) 국제학술대회에 초청돼 ‘루게릭 질환을 대상으로한 다양한 한방치료의 과학적 접근’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 원장이 오고가는 비행시간만 이틀이 걸리는 브라질까지 다녀온 것은 한 루게릭 환자의 간곡한 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초청한 이는 ‘닥터 헤멀슨 루게릭 재단’의 대표인 닥터 헤멀슨씨로 본인도 의사지만, 갑자기 찾아온 루게릭 병으로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며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닥터 헤멀슨씨는 그간 약도 먹어보고 줄기세포 시술은 물론 미국·러시아에 가서도 치료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던 중 김 센터장의 소식을 접하고 직접 초청한 것이다.

이에 김 센터장은 루게릭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마친 뒤 헤멀슨의 집에 방문해 직접 한방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김 센터장에게 한약과 침술 치료를 받은 헤멀슨은 손가락과 허벅지, 배, 얼굴 부분이 미세하지만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시술을 받은 헤멀슨은 ‘한방의학을 비과학적이라 무시했는데 이는 희귀난치병에 훌륭한 의학’이라고 극찬했다.

김 센터장은 당시 상황을 소회하며 “실제로 브라질에는 레어디지즈센터 (Rare Disease Center: 희귀질환 센터)가 있지만, 한국에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엔 희귀질환 지원법이 공표가 됐음에도 아직까지 실질적인 환자를 위한 의료적 지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문연구소 등이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는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이들을 위한 전문 의료 시설이 없고,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제약회사도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학 논문에서도 루게릭 병에 대해 ‘가장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란 표현을 쓸 만큼 의사들도 가장 무서워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골치아픈 병이다”며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의 지원과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치료해온 루게릭 환자들의 고통을 익히 알고 있는 만큼 한국에 세계적인 희귀질환 센터를 만들고 싶다”며 “센터가 마련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루게릭 완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환자 눈높이에 맞는 환경으로 바꿔 희귀질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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