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매만져주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Mother and Mother’s mother) 시리즈 작업. /광주여성재단 제공

가장 친밀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먼, 엄마와 딸의 내밀한 애증의 관계를 예술로 풀어낸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여성재단은 내년 1월25일까지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상상(相廂) : 허스토리 오브 더 스페이스(Herstory of the space)’ 전시를 연다.

전시는 올해 재단이 처음 추진한 제1회 ‘허스토리’(Herstory)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된 3개 팀 중 1개 팀이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이연숙 작가가 총괄 기획했다. 광주 출신인 이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와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를 졸업했다. 국내에서 1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광주 등 전국 곳곳의 다수 기획전과 레지던시, 공모전에 참여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서로(相) 행랑처럼 양쪽에 붙어있는 형상(廂)의 모녀 관계, 혹은 그처럼 내밀한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요약한다. 전시 제목은 서로(相)의 형상(廂)에서 한자를 떼어내 ‘상상’(相廂)이 됐다.

작가는 비단 모녀만이 아닌 우리가 맺고 있는 기본적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가장 친밀하면서도, 친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선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감정의 충돌에 주목한다.

전시에는 이 작가뿐 아니라 미학자, 시각예술가, 무용가, 사운드 아티스트, 문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유현주, 임지형, 박형진, 박재순, 석미숙, 이지우, 송재영씨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녀의 관계를 통해 여성의 삶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며, 사적 공간에서 만들어진 내러티브를 공적 공간으로 끌어내어 관람객에게 축적된 이미지를 드러낸다.

전시는 사운드, 영상 및 공간 설치 등의 협업작품들로 채워지고, 연계 퍼포먼스와 토크의 복합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첫 작품은 어린 시절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엄마와 엄마의 엄마’(Mother and Mother’s mother) 시리즈를 통해 엄마의 반복되는 역할과 서로의 닮음을 이야기한다. 머리를 매만져주는 행위는 미용사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한 여성의 인생과 오버랩되면서 삶의 궤적을 드러낸다.

전시장 입구에 드리워진 실커튼은 머리카락을 상징하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전시장 한복판에는 가변적인 공간 파티션이 대각선으로 서있고, 영상 공간과 그 외의 작업을 전시하는 공간을 분할한다. 공간 곳곳을 유영하는 이미지들과 퍼포먼스 영상,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작은 조각이나 파편화된 단어들의 작품, 텍스트 보드 등을 비치해 인간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전시 문의 062-670-0532)/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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