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철밥통’ 소리를 들어도 인기가 높다.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는 공무원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사상 최악의 고용 불안과 취업난으로 이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업으로 분류되는 공무원이 각광받고 있다. 급수도 상관없다. 오히려 가장 낮은 급수인 9급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국가직 공무원 공개 채용 시험에는 19만987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평균 51.6 대 1에 달한다. 2015년 기준 9급 1호봉은 127만4249원이다. 2014년 122만7600원에서 3.8% 인상됐다. 하지만 수당이라는 게 있다. 정액 급식비(매월 13만 원), 가족수당(배우자 월 4만 원+자녀 1인 월 2만 원), 직급 보조비(10만5000원), 정근 수당(근무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 자녀 학비 보조 수당(고등학교 재학 자녀가 있는 공무원에게 수업료 등 일부 지급) 등 복리후생을 위한 수당과 실비가 짭짤하다. 여기에 시간외근무수당·야근수당·휴일근무수당·특수지근무수당 등 일정하지 않은 수당들까지 포함하면 기업의 초봉 수준(연봉 2000만 원 이상)은 된다. 공무원 전체의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2014년 기준 447만원이다. 기준소득월액만 놓고 보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5604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수당 중에 ‘성과급 제도’가 최근 말썽이다. 공무원 사회만큼 업무 강도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곳도 없다. 맡은 보직에 따라 차이가 크다. 특히 업무 특성상 성과를 계량해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굳이 경쟁을 통해 성과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능력에 따른 월급 차이를 두기 어려운 이런 공직사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성과급 제도’다. 공직 사회가 경쟁적으로 일하도록 자극을 줌으로써 공무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업무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4등급으로 나눠 상여금을 차등 지급한 것이다. 1998년 중앙 부처에 처음 도입한 뒤 2003년부터는 지자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10여년이 지난 지금, 능력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할 성과급을 다시 거둬 공평 분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최근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5급 이하 공무원 성과상여금 재배분 문제는 광주 서구청에서 촉발됐다. 광주서구는 앞서 지난 3월 말 5급 이하 직원 759명에게 총 21억7000만여 원의 성과상여금을 지급했으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광주서구지부가 이를 거둬들여 균등하게 재배분하자 지급 방식의 부당성 여부를 묻는 공문을 행자부에 보냈다. 행정자치부의 답변은 ‘성과상여금 재배분 행위 적발 시 해당 공무원을 상여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광주 서구청 외에 동구청 북구청 남구청 광산구청 등 5개 자치구 모두 차등 지급받은 상여금을 다시 모아 인원수대로 균등, 재배분하고 있다. 광주시도 일부 실ㆍ국에선 직원들이 협의를 거쳐 성과상여금을 나누고 있다. 행자부가 ‘불법’이라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공무원들은 ‘직원들이 자기 돈을 내놓는 것을 두고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탄압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무원 월급은 누가 주는가. 시민이다. 국민이다. 하루 1만원 버는 사람, 하루 100만원 버는 사람 관계없이 세금을 내서 지역민을 대신해 일한 댓가를 주는 것이 공무원 월급이다. 그렇다면 성과급 재분배가 적절한가·부적절한가 가름하는 잣대는 월급을 주는 ‘시민과 법’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 애초 취지가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민에게 보다 나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철저히 그 취지에 맞아야 한다. 법에 규정된 성과상여금은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의 2에 의하여 공직사회의 경쟁력 제고와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우대하기 위한 취지에서 생긴 수당으로, 근무성적·업무실적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일종의 성과급적 보수다. 균등·재분배하려는 직·간접적 분위기 조성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집행되어야 할 보수제도의 취지를 몰각하는 부당 행위로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에서 금지하고 있다. 누구보다 법을 제일 먼저 지켜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법을 스스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대기업에서 사장이 일의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차등 지급 했는데, 중간간부가 다시 걷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직원이나 큰 공을 세운 직원이나 공평 재분배를 했다고 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사장의 성과급 지급을 중간 간부가 다시 나누는 것은 회사를 농락하는 파행이다. 이런 회사는 자칫 망할 수도 있다.

사실, 공무원 상여금은 성과평가이든 직급별이든 성과상여금의 총 예산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성과평가를 엄정하게 할 경우, 지역을 위해 더 봉사하고 열정을 가진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그 결과는 주민서비스 개선과 재정효율화 등으로 해당 지역과 주민에게 돌아온다. 주민 혈세로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의 효과는 지역주민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끼리 마음대로 재분배할 성격이 아니다. 설령 성과금제도가 비합리적이거나 부분적으로 불만이 있다면 법을 준수하면서 개선해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지자체는 공무원 월급을 스스로 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최악이다. 정부는 광주 서구청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성과상여금 담합’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수사 당국 역시 국민 혈세가 불합리하게 집행되지는 않은지 수사해 위법이 드러나면 법적 조치해야 한다.

공무원 월급은 국민이 주기 때문이다. /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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