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마흔 다섯 번 째 괘는 택지췌(澤地萃)다. 췌괘는 곤의 땅 위에 태의 연못을 둔 상이다. 쾌괘(夬卦)는 천상(天上)에 있는 수기(水氣)가 드디어 응결돼 세력이 극해져 비가 내리는 상이지만 췌괘에서는 연못 태가 지상(地上)에 있으니까 빗물이 고여 있는 상이다. 비는 지상에 떨어져 낮은 곳으로 흘려 내려 오목한 곳을 찾아 모이는 것을 보고 ‘모일 췌’(萃)라고 괘명을 붙였다.

단전과 잡괘전에 서는 췌를 ‘췌야’(萃也)라 해 ‘모인다’(集)는 의미로 말하고 있다. 곤토 위에 택이 있는 것이 췌괘이니 이와 비슷한 수지비(水地比)도 곤토 위에 감수가 있어 서로 비슷한 상이다. 비(比)는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은 물과 땅이 친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친하면 서로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불녕방래후부흉’(不寧方來後夫凶) 즉, ‘편안하지 않으면 마침내 오는 것이니 뒤에 오면 대장부라도 흉하다’고 해 친한 것을 기본으로 모인다는 것을 설명한다. 췌는 그와 반대로 ‘모인다’는 괘이니 모이면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모인다는 것을 기초로 친하고 교제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췌괘를 구괘 다음에 배치한 이유에 대하여 서괘전에서는 ‘구는 만나는 것이다. 만물은 만나고 난 후에야 모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췌로 받는다’고 해 ‘구자우야 물상우이후췌 고 수지이췌’(姤者遇也 物相遇而後萃 故 受之以萃)라 말했다. 만나면 모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니 지금까지 소식이 없거나 서로 다퉈 왕래가 없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옛날의 교제를 다시 시작한다.

췌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상괘 태괘는 기뻐해 현실에 만족하고 있고 하괘 곤괘는 순하게 따르고만 있어 발전이 없고 초췌하기만 하다. 이러한 초췌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하 전체가 단합해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뜻을 모은다’는 의미의 ‘췌괘’(萃卦)라 했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연못의 물이 땅 위에서 모이는 것과 같은 여수취하지과(如水就下之課)의 상이고, 물고기와 용이 모여 오는 어룡회래지상(魚龍會來之象)이며, 기녀가 노래를 부르고 대중의 무리들이 같이 따라 부르는 기가중순지과(妓歌衆順之課)의 모습이고, 잉어가 용문으로 오르는 이등용문지의(鯉登龍門之意)의 뜻을 함의하고 있다.

췌괘의 괘사는 ‘췌 형 왕가유묘 이견대인 형이정 용대생길 이유유왕’(萃 亨 王假有廟 利見大人 亨利貞 用大牲吉 利有攸往)이라 했다. 즉, ‘췌괘는 형통하다. 군왕이 신령을 감동시켜 종묘의 제사를 지내는데 대인을 만남이 이롭고 형통하며 정도를 지켜야 이롭다. 큰 희생을 바쳐 제사를 지내면 길하고 앞으로 나아감이 이롭다’는 뜻이다. 췌는 모이는 것으로 물건, 사람뿐만 아니라 정신도 하나로 모이면 소중하다는 것이다. 이를 ‘왕가유묘’라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서 ‘유’는 없어도 되는 문자로서 존중의 의미로 붙였고 ‘가’(假)는 ‘이르다’라는 의미인데 도달하다는 뜻보다는 마음과 마음이 교통한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즉, 왕이 조종(祖宗)의 영묘(靈廟)에 이르러 조종의 위령(威靈)과 감응(感應)해 제사를 지낸다’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왕이 조종의 제사를 지낼 때에는 사람은 물론 물건도 모이고 정신도 모인다. 물건이 모이는 것은 제사에 공물(供物)로 쓰이는 것이고 이러한 물건 속에는 동물을 죽여 큰 희생물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다. 더욱이 성심을 다해 조종의 위령과 감응하는 정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아가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시운(時運)이 있을 때로 볼 수 있어 ‘용대희생’과 함께 ‘이유유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이는 목표이지만 이러한 목표는 당연히 올바른 것이어야 하고 췌괘에는 4효와 5효에 목표가 두 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만이 이정(利貞)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견대인(利見大人)이 필요하다.
단전에 이르길 췌는 모이는 것이다. 내괘의 곤(坤)은 순(順), 외괘의 태(兌)는 열(說)이라 한다. 구오가 강건중정과 육이가 유순중정하니 강중이응(剛中而應)한다. 그러므로 모이는 것이고 왕이 모이는 종묘에 이르러 효를 다하여 제사를 지낸다. 모이는 것이 바르기 위해서는 대인을 보는 것에 의지해야 만이 이롭고 형통하다’고 해 ‘췌취야 순이열 강중이응 고취야 왕가유묘 치효향야 이견대인 형 취이정야’(萃聚也 順以說 剛中而應 故聚也 王假有廟 致孝享也 利見大人 亨 聚以正也)라 했다. 이어 말하길 사람의 마음이 모이고 조상의 위령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에는 큰 희생물을 사용하는 것이 길하다. 제사를 지내는 것도 모든 것이 때가 있는 것처럼 제물을 놓는 것도 법칙에 따라서 때에 맞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산택손(山澤損)의 때에는 긴축 절약할 때이니 이궤가용향(二簋可用享)이라 해 두 개의 제기(祭器)만 가지고도 검소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것이고, 췌의 때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모이는 때이니 큰 희생물을 사용하는 것이 길한 것이다. 이렇게 때에 맞춰서 행하는 것이 순천명야(順天命也)인 것이고, 모이는 올바른 장소를 보고 천지만물의 정(情)을 가히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용대생길 이유유왕 순천명야 관기소취 이천지만물지정가견의’(用大牲吉 利有攸往 順天命也 觀其所聚 而天地萬物之情可見矣)라고 말하고 있다.

상전에서는 ‘물이 낮은 땅에 모이는 것이 췌’라고 해 ‘택상어곤췌’(澤上於坤萃)라고 했지만 췌는 모여 넘칠 만큼의 세력이 되면 결궤(決潰)되니까 이를 미리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췌의 때에는 물건이나 사람이 모이고 번창하는 시기로 그러할 경우 물건이 파괴되거나 혼란하게 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쉽다. 그래서 ‘이러한 우려를 하지 않음을 경계하라’고 해 ‘계불우’(戒不虞)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생각지도 않은 불의의 사건에 대비해서 언제든지 병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둬야 한다’고 해 ‘군자이제융기’(君子以除戎器)라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제’(除)는 ‘청소해 관리한다. 다스린다’는 의미다. 또한 췌괘는 곤(坤)을 소, 태(兌)를 양(羊)으로 봐 희생물의 재료가 모여 있으니 제사(祭祀)의 상(象)이다.

서죽을 들어 췌괘를 얻으면 모이고 번성하는 때이니 좋은 의미로 판단하는 일이 많다. 물건이 모일 때이니 이익도 모이고 기쁨이 있고 사람도 모이고 번창한다. 지위, 계급 등이 승진하거나 사람들이 기뻐서 모이니 풍요로움이 신장(伸張)되는 시운(時運)이다. 췌괘는 괘상에서 잉어를 추리해 이등용문지상(鯉登龍門之象)으로 보고 등용문을 목표로 수재(秀才)들이 경쟁하려고 모이는 상이다. 따라서 취직이나 입학시험 등에서는 수험생이 많이 모이고 가출인이나 실물(失物)점에서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나 목욕탕과 관련 있다. 대과(大過)의 상은 사람이 누워있는 상이고 함(咸)은 침대(牀)에 사람이 편안히 누워있는 상이며 췌(萃)의 상은 서있는 상이거나 보행 중에 있는 나신(裸身)의 상이다. 원하는 일은 경쟁자가 많고 통달여하는 득효(得效)에 따라 판단한다. 사업이나 계획 등은 착수하기는 좋고 목표물이 두 개 있는데 그 선정(選定)에 있어서는 일생의 일에 있어서는 오효를 취하고 지금 금방의 상황에서는 사효로 가는 것이 이익이 많다고 보는데 사효와 오효 중 어느 효를 취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거래 등 장사나 담판 등은 많은 이익을 얻고 돈을 쌓을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 물욕만을 추구하지 말고 성의를 가지고 접근해야 하고 화열(和悅)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구설(口舌)을 주의해야 한다. 물건이 풍요로운 풍작의 점으로 가격은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혼담이 있을 때이고 인연도 좋으며 교섭도 좋다. 출산은 안산(安産)이다. 기다리는 사람, 가출인, 실물은 모인다는 의미에서 돌아오고 찾는다. ‘왕가유묘’(王假有廟)라는 말에서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묘지를 세우거나 자기 후계자를 정하거나 일가(一家)의 계통을 정비하거나 신사불사(神事佛事) 등을 하면 대길(大吉)을 얻을 수 있다. 병점으로는 각종 병증상이 모여 지금의 증상을 나타내고 있으니 흉하다. 아픈 부위는 이양(二陽)이 있는 장소로 인후(咽喉)장해, 안면이 부은 것, 가슴 아래의 응어리, 폐 기침으로 가래가 끓어 숨이 차 호흡이 곤란한 증상 등으로 판단한다. 날씨는 흐린 날씨로 비가 올 듯하고 지상에 있는 물이 모이는 것으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비라고 본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