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영화제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씨네페미토크’에서 첫 주자인 변영주 감독이 지난 18일 오후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관객과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좋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제대로 된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남성배우의 전유물이었던 ‘액션 연기를’ 하는 여성이라기보다, ‘액션도’ 하는 여성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여성영화의 만들기의 첫 시작이죠.”

한국 영화계의 대표 여성 감독인 변영주 감독은 18일 오후 7시부터 2시간여간 광주독립영화관 GIFT에서 열린 광주여성영화제 ‘씨네페미클럽’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씨네페미클럽’ 프로그램은 광주여성영화제가 2020 광주시 양성평등기금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관객은 사전 신청을 통해 좌석을 예약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50여명 이하의 관객이 참석했다. 청소년부터 대학생,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참석이 눈에 띄었다.

총 3회에 걸쳐 열리는 씨네페미클럽의 첫 테이프를 끊은 변 감독은 이날 ‘여성과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를 주제로 영화감독지망생,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일반 관객 등에게 영화와 연출, 영화 제작 현장, 영화를 만들기 위한 조건, 캐릭터 구성, 페미니즘 영화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여성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프로그램 시작 전 관객들에게 ‘카카오톡 라이브 오픈채팅방’을 안내했다. 관객들이 익명으로 채팅방에 입장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고 이에 대해 변 감독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최근 페미니즘 담론이 대두되는 시대 상황에 따라 여성영화가 증가하는 추세인지 궁금하다는 관객 A씨의 질문에 변 감독은 “김대중 정부 이후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많아졌고, 이에 독립영화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 작가·감독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여성 감독이 데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디지털 방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남성 중심의 도제식 영화 교육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됐다. 그래서 여성인 나도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생각을 글로 남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관객 B씨의 질문에 변 감독은 “영화와 책,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일단 ‘많이 먹는’(취식하는)것이 중요하다. 많이 먹어야 많이 뱉을 수 있다”며 “닥치는 대로 다양한 음악과 미술, 이야기, 상황 등을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글로써 뱉어내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러다 보면 자기객관화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는 “나쁜 시나리오로 좋은 연출을 할 수 있고, 좋은 시나리오로 나쁜 연출을 할 수도 있다”며 “감독의 시선으로 만들게 되는 영화는 대중에게 공개되면 결국, 생각지도 못 했던 다층적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마치며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본 영화제 때 많은 작품 상영과 프로그램으로 영화인과 관객들이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씨네페미클럽을 통해 다소나마 그런 갈증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며 “앞으로 2주에 걸쳐 열리는 홍소인 프로듀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강연에도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정겨울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