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인석 광주문인협회장

최근 웹툰 시장에 관심이 커졌다. 잘 나가는 웹툰 작가의 한 달 수입이 2억원을 상회한는 사례도 있어 관심은 증대할 수밖에 없겠다. 웹툰이 웹(Web)에 카툰(만화)을 붙여서 만든 합성어인 것은 주지하는 바다. 다른 말로 치환하면 디지털 만화쯤 될 것인데 문학도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되듯이 만화 역시 인간 세상 다양성에 맞추어 핵분열처럼 세분화 되고 있다. 그 장르는 소설 속의 로맨스를 위시해 역사, 무협, 스포츠, 판타지, 교양 등 언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다. 오로지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를 찾아 즐기는 세상이라고나 할까.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만화 보기를 얼마나 즐겼던가. 필자도 초등학교에서 고1 때까지 줄창 만화에 빠졌었던 일을 고백처럼 말하고 싶다. 다만 그 시절의 종이만화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즐기는 분야도 그만큼 광범해졌다는 것이다.

웹툰도 스토리의 창작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창작에 소재 제공을 기성 작가들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다. 작가들의 넘치는 상상력을 돈이 되는 웹툰에 대거 제공할 수는 없을까. 그리만 되면 웹툰 작가도 좋고 글 쓰는 작가에게도 좋을 일이다. 이를 감안하여 최근 광주문협은 ㈜마나스튜디오 웹툰사와 협약을 맺었다. 웹툰사도 흥미위주의 사업성 만화만 제작할 게 아니고 문인들 또한 돈과는 거리가 먼 창작품에 매달리기보다는 소재 제공만으로 수입이 발생한다면 더 좋은일이 아닌가하는 취지에서 협약이 이루어졌다.

협약 이후 양측은 서로가 만족스러워 했다. 수요에 따라 상생의 정도가 커지면 만족도는 더더욱 증대할 것이다. 시대적 추이에 맞춘 협약이라고 생각하니 우리 작가들도 웹소설이나 웹 희곡 더 나아가 웹 시 창작까지도 기대를 갖게 되었다. 웹소설은 데뷔하기도 쉽고 돈이 된다는데 매력이 있다고 하겠다. 허나 웹소설 플랫폼이 활발하기는 해도 히트 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웹툰에서 한국은 종주국이나 다름없다. 한류 붐을 타고 웹툰의 세계화는 현실이 되고 있고 경제성 또한 커지는 추세이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 한국 웹툰산업협회나 한국 웹소설산업협회, 그 밖의 무수한 웹툰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회장은 글로벌한 ‘웹툰, 웹소설’ 시장이 콘텐츠 분야에서 그 규모가 확대일로에 있지만 구글이 독점적 지위로 웹 결제를 강제한다면 웹툰 종주국이라는 한국은 타이틀만 남을 뿐, 새로운 강자에게 시장을 넘겨야 할지’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

양측의 협약 직후에 필자에겐 가족여행이 있었다. 여행 중에 읽을 양으로 중국 문학평론가 진목의 ‘中國文學史’나 읽을까하고 챙겨갔다. 손자녀석 중에는 만화 한 묶음을 풀어놨다. 웹툰에 선입견을 갖고 ‘웬 만화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웹툰보다는 만화가 좋다는 것이었고 ‘웹툰은 한 장면에 모든 동작을 다 담으려 하여 실감이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1주내에 1회의 그림을 그려야 하니 시간 부족으로 대충 끝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익을 내는 작가는 그림을 재미있게 빨리 그리게 되고 그런 연유로 사사로운 여러 장면을 그려내는 만화가 더 좋단다. 그 곁에 다른 손자는 만화보다 웹툰을 좋아한다면서 우선 웹툰은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얼마든지 골라서 볼 수 있어서라고 했다. 손자에게서 만화를 통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 여가에 쓰는 시간의 비율은 텔레비전 70%, 인터넷과 스마트폰 15%, 그에 반해 책 읽기는 고작 1.5%라 한다. 손자 중에 종이만화를 보는 녀석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돈이 되는 글쓰기’를 언급했지만 디지털 책 읽기는 한계가 크다. 돈만 앞서면 언제든 예술의 가치를 내팽개칠 수 있는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나 이육사의 ‘광야’가 돈 때문에 창작한 작품이던가. 그 분들 시절의 소셜미디어는 책이었고 그 파괴력 또한 대단했었다. 책을 목표로 하는 아날로그 글쓰기가 인간의 본질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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