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9(일)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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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올 1년 성과를 일곱 개로 제시했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등 전남도 숙원 현안 해결, 신안 해상풍력단지 등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기반 마련, 여수-남해 해저터널 계획 확정 등 취약한 SOC 확충,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 유치 등 농어민 소득증대 기반 마련, 여수 첼린지파크 등 체류형 생태관광 기반 조성, 대학생 희망 장학금을 비롯한 도민 행복사업 추진, 블루 이코노미 등 지역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기틀 마련 등이다.
전남도가 제시한 성과는 모두 전남의 지속적 성장과 도민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됐다. 인구절벽에 처한 녹록잖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한 노력이 묻어났다. 하지만 전남도는 성과만 열거할 뿐 이 모든 성과가 김영록 지사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자랑하지 않았다. 겸양지덕(謙讓之德) 때문일까. 사실 지난 3년 반 동안 안정적인 도정(道政)을 이끈 김 지사 리더십 요체는 다산 정약용이 역설한 ‘청렴’과 ‘서번트’ 리더십이었다.
다산이 강진 유배 시절 한양에서 이재의(李載毅)가 찾아온다. 영암 군수로 부임한 아들(이종영)이 좋은 목민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써 달라 청한다. 다산은 일곱 가지 묘책을 써주는데 그 중 하나가 ‘육자염결(六字廉訣)’이다. ‘염(廉)을 여섯 번 되새기면 참 목민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물과 여색과 직위에 청렴하면, 그 청렴으로 밝아지고 위엄이 생기고 백성이 존경해 상관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이 비결을 몰라 부정이 생기고 아첨과 교만이 넘쳐 자신은 물론이고 남까지 해친다’는 내용이다.
전남도청 주변엔 이런 우스개가 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의혹과 구설(口舌)에 휘말리지 않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약점이다’고. 목민관 시절 치적이 대장동 의혹으로 불거져 전국을 강타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저런 의혹과 구설로 재선과 삼선을 접어야 하는 목민관들이 있다. 때문에 김 지사가 보여준 ‘청렴’ 리더십은 돋보였다. 김 지사는 다산이 그렇게 강조한 ‘육자염결’을 터득한 목민관이었던 셈이다.
다산은 이종영을 위해 두 번째 글도 써준다. 영암군수를 마치고 함경도 부령도호부사로 떠나는 송별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네 가지를 두려워해야 한다. 아래로 백성을 두려워하고, 위로 중앙 부서와 조정을 두려워하며, 더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백성의 원성을 두려워하며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다산 주장은 그린리프(Greenleaf)가 제시한 ‘서번트(servant, 하인)’ 리더십과 상통한다.
김 지사가 보인 서번트 리더십은 ‘도민 속으로 들어간’ 활동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이어 올해도 22개 시 군에서 ‘도지사와 대화’ 형식으로 도민들과 직접 소통했다. 첫 방문지 광양에선 광양에 있는 도립 미술관 명칭 변경 건의가 나왔다. 무안에선 뜨거운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나왔다. 화순에선 ‘K-바이오 전초기지’ 육성 요구가 있었다. 마지막 방문지 완도에선 전복 출하용기 단일화 제작 등 소득증대 사업 지원 요청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김 지사는 조직 내에서도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평이다. 현장 중심 행정을 펼치도록 직원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곡성을 시작으로 강진 군수, 완도 군수, 목포 부시장,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쳤으니 현장 행정을 중시하는 자세가 체화(體化)됐을 거다. 젊은 시절부터 전남 일선 공무원들과 부대꼈으니 부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리하는지도 통달했을 거다. 명령과 통제가 아닌 신뢰와 믿음으로 조직을 이끄니 성과를 만들기가 수월했을 테다. 게다가 정통 행정 관료답게 전임자 정책을 지속시키니 구체적 성과도 빨리 나왔을 거다.
다산이 제시한 참 목민관 자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 신분의 목민관이니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 주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청렴 리더십을 견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는 다산이 첫 번째로 강조한 청렴 리더십을 직접 보여줬다. 올해 전남도가 이룬 일곱 가지 실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훈장이다.
참 목민관을 지향하는 김 지사는 내년에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김영록 지사의 내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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