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현

난 배부르니
너희 먼저 먹어라

맹물에 채썰은 무우
푸르스름 돋아난 감자
푸욱 푸욱 삶으면
이것처럼 맛있다고

아버지 내일 오시니
쌀밥 먹자는 어머니
하얀 거짓말에
눈물을 넘기신다

맨발로 홀로 서서 그리 살아온
무거운 짐들 언제 버리시려고
쑥꾹새 슬피 울던 날 가시겠다고

난
배부르고
아프지도 않은데

어머니….

<서복현 약력>
▲ 대한문학 등단
▲ 대한문학, 광주문인협회 이사
▲ 제20회 용아 박용철 전국 백일장 대상

- 평 설 -
서복현 님의 시 ‘하얀 거짓말’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어머니의 가난한 밥상에 서러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허기를 숨기기 위해 모자란 밥에 물을 말아야 했던 그 시절. 밥알 같은 눈물을 꾹꾹 삼켜야 했던 그 시절. 그 시절을 살아내기 위해 어머니는 ‘난 배부르니/ 너희 먼저 먹어라’라는 하얀 거짓말을 한다. 이팝꽃이 고봉밥처럼 피었으니, 어머니 당신은 배부르니,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흰 눈이 고봉밥처럼 소복하니,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가슴이 먹먹해지는 어머니의 그 말이 호미질만 하느라 허리가 굽은 어머니의 세월을 보는 듯해 가슴이 아프다. 맹물에 채 썰은 무우, 푸르스름 돋아난 감자 푸욱 삶으면 맛있다던 어머니, 아버지 오신 날 쌀밥 먹자던 어머니, 맨발로 홀로 서서 살아온 어머니, 그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는 시적 화자, 함께 눈물을 흘린다. 세상 풍파를 막아줄 신발도 없이 맨발로 그 세월을 어떻게 버티셨을까. 소쿠리를 이고 긴긴 밤을 걸었을 어머니의 하룻길이 보이는 듯해 눈물겹다. 가난했던 시절, 전형적인 어머니 사랑에 우리 모두 울먹이고 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제발 우리 모두 효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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