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천장에 거미집 있어요
내가 걷을까요?

-놔둬라. 외딴집에
거미집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할머니 집엔
개집, 닭집, 토끼집도 있잖아요

-그려, 그려
집속에 집들이 이렇게 많은데
모르고 살았구나

빙그레 웃는 할머니 얼굴에
주름 집 한 채.

<김명희 약력>
▲강원일보 신춘문예,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서문학상, kb창작동화제 수상, 우송문학상 수상
▲동시집 : ‘집 속의 집’ 외, 동화집 : ‘꼬복이’ 외, 그림책 : ‘뿔 셋달린 소’ 외 다수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김명희 님의 동시 ‘집 속에 집’에서의 시적 화자는 동심의 세계로 집 한 채 짓고 있다. 집은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불어와도 가족의 사랑으로 온기가 스며드는 곳이다.

아픔으로 까맣게 하루가 타들어 가도 가족의 손길에서 위로를 받는 곳이 집이다. 이 동시는 집 중에서도 거미집으로 시의 문을 열고 있다.

집의 외관을 망치는 거미집이 아닌 쓸쓸함을 다독이는 집으로 바라보고 있다. 빗방울의 떨림을 매달고 햇살에 반짝이는 거미집,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거미줄의 기둥들, 허공의 집을 넓히기 위해 부지런한 거미의 움직임 등이 있는 거미집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시적 화자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천장에 있는 거미집을 걷을까요? 그때 할머니는 그냥 놔두라고 한다.

쓸쓸한 집에 거미집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한다. 그때서야 개집, 닭집, 토끼집이 집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집 속에 있는 집들. 이 지점에서 시적 화자는 어떤 깨달음에 다다른다. 웃는 할머니 얼굴에 주름 집 한 채가 있음을 깨닫는다. 멋지다. 할머니의 아픔 많은 긴 세월을 웃는 주름 집 한 채로 승화시킨다.

이처럼 동심의 프리즘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해석의 통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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