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그려준 여자
목쉰 가시나무새처럼 피 흘리는 여자

알파와 오메가에 밑줄 긋는 법을 가르쳐준 여자
에로스의 잉걸불에서 아가페의 불씨를 구워낸 여자

천국과 지옥 사이 그네를 태워준 여자
마른 젖가슴으로 병아리를 키운 여자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 무궁한 여자
세세토록 첫사랑을 낳고 또 낳은 여자.

<김효비야 약력>
▲‘시와 사람’ 등단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수상
▲현재 ‘광주문학’ 편집위원
▲광주복지재단 ‘시사랑교실’강사, 문화관광부 위촉 강사
▲시집 : ’상상임신 하는 여자’ 외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김효비야 님의 시 ‘첫사랑을 낳은 여자’에서의 시적 화자는 첫사랑을 낳은 한 여자를 관찰하고 있다.

첫사랑처럼 막무가내로 환한 게 또 있을까. 처음 다가온 뜨거운 황홀. 그 첫사랑을 낳은 여자는 어떤 여인일까.

이 시는 ‘태초부터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그려준 여자’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어머니라는 그 이름은 이미 종교와 같아서 듣기만 해도 마음이 숙연해진다. 누구나 다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쉰 가시나무새처럼 피 흘리는’ 아픔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머니라는 세 글자 앞에만 서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어머니를 시적 화자는 ‘알파와 오메가에 밑줄 긋는 법을 가르쳐 준 여자’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의 끼니를 염려하는 어머니, 끼니 굶지 말라고 당부하는 어머니를 어쩜 이리도 멋지게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시의 맛이 맛깔스러워 거기에 취하게 된다.

자식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며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이름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그런 한결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시적 화자는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 무궁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다.

‘무궁한’이라는 뜻은 ‘크기나 정도 따위가 끝이 없다’를 뜻한다. 정말 멋진 표현이다. 이미지 구현과 점층법으로 시적 형상화해 놓고 있어, 더욱 멋스럽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