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암 암자 아래 이모댁 찾을 때면
오냐 와라 어서와 미소 가득 반기던
사립문 너머 한 생은 가물가물 저물었다

섬진강 강변 따라 벚꽃길 환해지면
윤슬에 강바람도 하늘하늘 노닐고
강물은 물안개 피어 눈물처럼 흘러라

지리산에 구름 한 점 헤실헤실 흘러간다
노란 향기 참외밭이 누렇게 익어갈 때
가는 숨, 몰아 쉬면서 작아진 몸 그립다

<문제완 약력>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분 최우수상
▲2012년 제주 ‘영주 신춘문예’ 시조 당선
▲‘역동문학’ 신인상, ‘시조시학’ 신인상
▲시조집 : ‘꽃샘강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제완 님의 시조 ‘문척 이모’에서의 시적 화자는 시조의 정형 율격 위에 이모에 대한 그리움을 펼쳐 놓고 있다. 시조만큼 감정과 표현을 절제하는 미학적인 그릇이 어디 또 있을까. 시적 대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추억을 매만지고 감정의 내력을 정형 율격 위에 담는 시조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이 시조는 그런 점에서 멋지다. 사성암 암자 아래에 살고 있는 이모댁을 찾아갈 때마다 이모는 너무나 반가워 오냐 어서 오라며 미소 띤 얼굴로 반겨 주곤 했다. 그런 이모의 사립문 너머 한 생은 가물가물 저물었다. 저 사립문을 열며 이모는 시적 화자를 반겨주었다. 사립문 안 툇마루 끝에는 이모의 손때 묻은 햇살이 앉아 있었다. 그 햇살에 마음을 녹였을 시적 화자. 그런 그리움의 이모를 ‘사립문 너머 한 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멋지다. 이모에 대한 그리움은 섬진강 벚꽃길이 환해질수록 짙어만 간다. 벚꽃길 어디메쯤에서 이모의 웃음소리가 날아오를 법도 한데 더듬더듬 찾아간 곳에선 꽃꿈으로 만개한 벚꽃만 화사하다. 강물이 그리움으로 눈물처럼 흐른다. 참외밭에 노란 향기가 누렇게 익어 갈 때면 가는 숨 몰아쉬던 이모의 작아진 몸, 새삼 더 그리워진다. 시상의 전개가 아주 자연스러워, 시조 율격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고 있다. 이미지의 구현도 선명하여 시조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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