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는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 전남도정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광역단체장 직무 수행 평가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행정력과 정치력을 인정받고 있다. 설을 앞두고 김 지사를 만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선 8기 출범 후 ‘글로벌 도정’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더 이상 서울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제는 세계를 바라보고 세계 무대에서, 세계와 경쟁하겠다. 전남은 더 이상 한반도의 끄트머리가 아닌, 지도를 거꾸로 보면 태평양, 세계로 나아가는 전진기지이자 출발점이다. 전남은 ‘농도’라는 이미지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기반을 갖췄고 성장하고 있다. 전남은 전통산업과 신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두각을 보이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단일 조강생산능력으로 세계 1등이다. 여수국가산단도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화학산단이며 대한조선은 중형 유조선 건조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지역 산업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첨단 반도체, 우주·항공, 데이터, 관광 등 세계를 선도할 신산업도 기반을 닦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과 기후 위기 시대, ‘전남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전남은 남겨진 땅에서 기회의 땅, 미래의 땅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올해 대형 행사들이 많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올해는 전남 방문의 해 2년 차이자 한국 방문의 해(2023-2024년) 1년 차로 시의적절하게 전남에서 굵직굵직한 ‘메가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 4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4월 영호남 화합 대축전, 9월 국제수묵비엔날레, 10월에만 남도음식문화큰잔치, 김대중 평화회의,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지사회의가 열리는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할 것이다. 특히 10월과 11월에는 전남 곳곳에서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이 열린다. 개회식부터 잘 준비해 대화합의 체전, 대통합의 체전, 문화·체육·관광 체전으로 만들어 전남이 미래로 도약하는 시발점으로 삼겠다. 목포 뿐만 아니라 전남 전역에서 열리는 만큼 파급 효과가 전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양한 메가 이벤트를 품격있게 잘 준비해 전남의 매력과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내 관광객 1억명, 해외 관광객 300만명 시대를 활짝 열겠다. 남해안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하동 세계茶엑스포를 시작으로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까지 힘을 모아 K-관광의 세계화를 이끌고 新남해안 시대를 열겠다.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동부권과 서부권이 별개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남대병원 분원 주장까지 나오는 등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국립 의과대학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의 30년 숙원이나 코로나19로 논의가 더뎌지고 있다. 전남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의료 취약지’다. 초고령화, 섬과 오지 비율, 중증 외상환자 전원율, 원정진료 비율, 소아과·산부인과 수 등 여러 지표가 전남도에 의과대학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요구하고, 복지부도 의대 정원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키로 한 만큼 곧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3일 의과대학 설립 국회 토론회로 당위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며 모멘텀을 확보했다. 하루빨리 ‘의정협의체’가 재개돼 국립의대 설립이 논의될 수 있도록 정부, 지역 국회의원, 의사협회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 동부권과 서부권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이번 기회에 지역에 꼭 의대를 유치해야겠다는 지역의 관심과 열망으로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호남 향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인천,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를 찾아 타지에서 터를 잡고 있는 호남 향우들을 만났다. 호남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은 물론 멀리서도 고향 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전남 도민의 날’ 기념식, ‘전남 방문의 해 선포식’, ‘고향 방문 및 도정설명회’ 등 전남 행사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것은 물론, 인재육성 장학금 쾌척, 전남도 집중호우 피해 복구 지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 제정 촉구 성명 발표, 전남 농수특산물 판촉 롯데백화점 업무협약 및 구매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남 발전에 힘이 되고 있다. 향우들을 예우하고 모시는 데 더욱 정성을 쏟을 계획이다. 2021년부터 향우를 비롯, 지역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전남사랑도민증’을 발급하고 지난해부터는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단’ 100만명을 육성하고 있다. 많은 향우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어 무척 든든하다. 전남도는 ‘호남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전남을 사랑하는 모든 분과 전남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도록 ‘행복한 사랑방’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지난해 지방선거 기간 호남 정치 복원을 유독 강조했는데 복안은 있나.

-호남은 민주당의 ‘본산’이자 근간이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한국 정치사의 큰 물줄기를 이끌고 바꿨다. 특히 선거 때마다 ‘시대·정치적 방향계’를 자처하며 무게감 있는 정치인을 배출했고 정치 1번지의 면모를 보여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정치가 약화된 게 사실이다. 인구·예산이 줄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지역구·비례대표) 등 중앙에서의 정치적 영향력도 감소했다. 지역을 대변하고 지역 발전을 견인할 대표 인물이 없었다. 호남 소외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호남정치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호남 정치를 복원해 더불어 잘 사는 세상, 누구나 공감하는 정의로운 세상, 함께 손잡고 가는 따뜻한 대동세상, 호남이 주도하는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호남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지역 청년세대 등에 지역의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민선 8기 핵심 현안으로 ‘호남 청년 아카데미’가 2월 출범한다. 청년이 호남의 자존과 자긍심을 갖고 지역에 자리잡아 미래 100년을 이끌도록 교육→소통→참여의 단계적 선순환 성장 시스템을 갖추겠다.


▲호남 정치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내에서는 김영록 지사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은데.

-일부 지역민들이 정치적 역할에 대해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 하지만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고 지역에 현안이 쌓여 있다. 현재 전남은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할 중요한 기로이자 시점이다. 미래 100년의 희망과 주춧돌을 놓는 전남지사로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선 7기에 이어 8기까지 맡겨준 것은 일을 잘하고 있고, 더 잘해보라는 뜻으로 생각하므로 올해도 도민 제일주의 기조로 도민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


▲민선 7기와 달리 정치적 목소리를 좀 더 강하게 낼 생각은 없나.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전남도의 주요 현안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라고 본다.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고 예산 확보, 에너지공대·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국회와 부처 등을 발이 닳도록 드나들며 쌓여 있는 주요 현안들을 역동성 있게 풀어냈다. 특히 전남에만 머물지 않고 서울과 세종, 나아가 미국과 일본 등 세계로 눈을 돌리는 등 발을 넓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개교를 비롯해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지정, 해상풍력 발전단지 착공, 데이터 센터 투자유치, 방사광가속기 공모, COP 유치 노력 등 전남이 해내기 버거워 보이는 정책을 과감하게 발굴해 펼쳐왔다. 전남의 중요 현안과 민생 챙기기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


▲도민들에게 설 인사 한 말씀.

-지난 4년 6개월, 전남의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1인당 총생산(GRDP) 4위, 지역 총생산(GRDP) 8위, 사업소득 전국 1위, 1인당 근로급여소득(봉급) 9위 등 전남은 전혀 낙후되지 않았다. 오히려 평균을 웃돈다. 아쉽게도 역외유출이 심해 체감도가 훨씬 낮다. 전남 역외 유출은 약 19조원 수준으로 서울 역외유입 40조원, 경기 역외유입 30조원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이 스스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권한 이양, 지역 공약 이행 등 지방자치를 확대하고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경제가 더 어려울 전망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 사랑과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경제 발전과 함께 전남 만의 고유한 전통과 역사를 잘 살려 더불어 잘 사는 대동세상, ‘따뜻한 행복 공동체, 전남’을 만들겠다.

/김재정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