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1(일) 00:54
|
전남지역 양봉농가 28곳이 올해 꿀벌산업 육성사업 지원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봉산업법 상 등록지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는데, 해당 양봉 농가 운영자들이 광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부터 양봉산업법 제13조 ‘양봉 농가는 해당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등록농가 내 운영자에게만 사업 지원금이 지급된다.
양봉산업법은 지난 2019년 제정돼 2020년 8월 시행됐지만, 광주시는 양봉 농가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31일까지를 계도기간으로 두고 지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거주지와 영업장이 일치하지 않는 전남도 내 28곳 농가는 광주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봉사업 지원금이 영업장 기준으로 지급됨에 따라 이들 농가는 전남도에서 지원금을 받아야 하지만, 도는 지원사업 세부지침에 따라 거주지와 영업장 모두 전남도에 있어야만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전남도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국비 사업비는 현재 거주지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도비로 나가는 꿀벌산업 육성사업 지원금의 경우 2018년부터 지침에 따라 거주지와 영업장이 모두 전남에 있어야만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침을 바꿔 지원금을 지급하면 특혜를 준다는 등의 반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 다른 논의 방안이나 해결책이 있는지 깊이 있게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광주 거주 양봉농가들은 가족들과 함께 살다보니 전남으로의 거주지 이전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영업장을 광주로 옮겨오자니 양봉에 적합한 전남의 넓은 부지와 땅값도 포기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담양 가사문학면에서 양봉 농가를 운영하는 광주 거주 농가 주인 주모씨는 “법 제정 이전부터 전남에 농가를 가지고 있었다”며 “모든 생활권이 광주에 맞춰진 사람들이 부지도 없고 땅값도 비싼 광주로 농가를 옮기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016년부터 매년 150통의 꿀을 수확했지만, 지난해부터 꿀벌의 집단 폐사로 꿀 수확이 40여통에 그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그나마 받던 지원도 안 된다고 하니 농장을 옮기던지, 거주지를 옮기던지 해야 하는데 고민만 깊어진다”고 한숨 쉬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농가에 대해 추가 지원이나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꿀벌 폐사에 따른 피해 농가를 지원해준 지자체가 전국에 몇 곳 되지 않지만 광주시는 지원금을 지급했고, 올해도 피해 현황 파악 등 양봉농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양봉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추가 지원과 다른 해결책이 있는지 논의를 거쳐 농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한국양봉협회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꿀벌 폐사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응애라는 기생충이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날개 불구나 급성마비증 등의 질병 원인체를 매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꿀 농가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진드기 등 병해충과 사투를 벌이며 올해 봄벌 키우기에 전력을 다해왔으나, 양봉 농가 대부분 벌통에 벌이 없는 ‘꿀벌 궤멸’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협회에 등록된 광주 양봉 농가 25% 이상, 전남 양봉 농가 74% 이상이 ‘꿀벌 폐사’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국양봉협회는 정부에 ▲양봉 입식 자금 지원 ▲이상기후변화에 의한 농축산물 피해의 재해 인정 ▲질병방제 약제 확대 지원 ▲농식품부내 양봉전담팀 신설 등 농가 지원대책의 신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