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그림책 ‘치유의 바다’를 읽고있는 유봉순 작가의 모습

고요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노을이 지는 어렴풋한 시간 내다보이는 파란 물결, 새벽 어스름 속 보라빛 바다. 바다 저 깊은 곳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인간 내면을 드러내는 전시가 마련됐다.

유봉순 작가의 개인전 ‘치유의 바다’가 다음달 10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화면 가득 바다 그 자체를 담아낸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바다’ 그림은 풍경화가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다. 하늘과 바다가 따로 구분되지 않고 특별한 물결이나 바람도 없다.

덧칠하고 덧칠하기를 반복해 그려낸 바다는 작가의 무의식 속 깊은 내면을 담아내고 있다.

하루 일상처럼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고, 아침과 저녁 그리고 사계절이 지나가는 풍경들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작가는 계속되는 붓질로 내면의 모습 그대로를 절제된 색으로 표현한다. 작품에는 바다에서 오는 무한한 영감과 우주에 속하는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 치유의 상징적인 의미들이 자리잡고 있다.

유봉순 作 ‘심상’

작가의 바다 그림은 그의 어린시절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 고향인 완도에서 바다를 보며 커왔던 기억들은 지금의 작가를 있게 했다.

“어렸을 적부터 ‘바다’라고 하는 대상이 항상 제 눈 앞에 펼쳐져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바다에 질문하곤 했죠. 힘든 일이 있거나 대화할 수 있는 존재였거든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이런 시간들이 제 내적 성장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흔히 예술이라는 게 삶의 고통을 없애주는 거라 할 수 있잖아요. 바다도 마찬가지예요.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최대의 풍요로움과 안정을 주고, 제게 영혼의 안식처가 돼준 거죠.”

매년 ‘바다’를 주제로 책을 내고 전시회를 갖는 작가는 올해 ‘치유’에 초점을, 내년에는 ‘바다 깊숙한 곳’을 주제를 잡아 작품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일 년 전부터 제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아요. 바다에서 ‘생명수’를 얻는다는 느낌으로 매년 작업 모티브를 찾아냅니다. 지난해에는 ‘물멍’, 그 전에는 ‘사유의 시간’이라는 주제의 그림책을 냈어요. ‘바다’ 작업의 연장선인 셈이죠. 내년엔 제가 태어난 완도와 관련한 ‘장보고’의 기상을 받아 바다 가장 깊숙한 곳에 도상을 그려넣는 드로잉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작가는 전시를 만나게 될 관람객들이 ‘바다’와 밀접하게 교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의식 속에서 명상하듯 그려낸 바다가 제게 ‘치유’를 주는 것처럼 관객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지친 일상 속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만나길 바랍니다. 자기 자신의 순수한 내면을 마주할 때 비로소 평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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