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림 ㈜리얼프로텍 대표이사

현실과 가상 세계를 융합한 형태의 콘텐츠로 XR(Extended Reality)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XR다큐멘터리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다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XR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가상 세계의 경험을 제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XR다큐멘터리는 XR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되는 것이지만 VR 헤드셋과 같은 특별한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다. 방송이나 OTT 콘텐츠는 물론이고,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XR다큐멘터리는 LED 버추얼 스튜디오의 등장으로 더욱 생생하고 몰입감이 뛰어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한다. LED 버추얼 스튜디오는 세트의 배경과 천장, 바닥 등을 대형 LED 디스플레이로 꾸민 스튜디오다. LED 버추얼 스튜디오를 사용하면 그린스크린을 이용하던 크로마키 촬영과 달리 배경 영상을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접 보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XR다큐멘터리는 지역의 문화 콘텐츠 산업에도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XR다큐멘터리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역사적 배경 등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제작업체와 제작자들이 XR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XR다큐멘터리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구성과 다양한 제작 요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XR 기술의 적용은 가상의 공간이 필요하므로 시나리오 작성과 디자인, 스토리보드 제작 등 모든 단계에서 또 다른 구성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또 이를 제작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3D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프로그래밍, 버추얼 스튜디오 활용 등 기술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따라서 XR다큐멘터리를 효과적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XR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은 기술 전문가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자 간 협업을 이루는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한 XR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면 가상 세계에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배경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배경은 이미 사라져 버린 역사나 문화유적이 될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자연이 될 수도 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찾은 배경을 CG로 시각화하고, 3D 모델링을 통해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낸 다음 이 배경을 중심으로 촬영을 진행하면 된다.

1980년 봄, 갑작스럽게 떠나간 친구나 아들을 가상 세계로 불러내 현실 세계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도 있고, 슬픔을 달래는 이별을 연출할 수도 있다. 또 신창동의 선사유적지를 배경으로 선사시대의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고, 지금은 표본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무등풀을 CG로 시각화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수도 있다.

XR다큐멘터리는 모든 부분을 XR 기술로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는 올해 버추얼(가상융합)과 AI(인공지능) 등 ICT가 융합된 방송과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에 44억여 원을 지원한다.

XR다큐멘터리와 같은 신기술을 적용한 방송콘텐츠는 최대 5억 원까지 제작비를 지원하는데, 이때 제시한 XR다큐멘터리의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시간의 10%, 50분 물 기준으로 5분 이상의 XR 기술 요소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면이나 상황에서 XR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문화콘텐츠 제작업체와 제작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XR다큐멘터리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한다. 특히 LED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한 XR 기술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XR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고비용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정부나 자치단체,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지역의 제작업체와 제작자들에게는 새로운 제작 방식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제작업체와 제작자들도 새로운 낯선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지역 내 제작업체와 제작자, XR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협력과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은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진 호림/(주)리얼프로텍 대표이사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