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관리를 등용하기 위해 실시했던 과거시험 재현 행사가 지난 9일 광주향교에서 열렸다./김애리 기자

조선시대 관리 등용을 위해 실시됐던 ‘과거시험’이 광주유림회관에서 재현됐다.

광주유학대학과 광주매일신문이 공동주최하고 (재)한국학호남진흥원, (재)광주시향교재단이 후원한 ‘광주향교 과거시험’은 지난 9일 오후 2시 광주 남구 소재 유림회관에서 실시됐다.

이번 행사는 과거시험에 응시한 광주·전남 유림제현 60명과 최흥렬 광주향교 전교, 강대욱 광주향교 전 전교, 이동재 광주향교재단 이사장, 안규춘 광주시본부 유도회장, 이현호 광주향교 전 모성회장 등 모두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옛 선비의 필수의복인 유복과 유건을 갖춘 채 치러졌다.

행사는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묵념, 대성전 배례, 개회사 및 축사, 향시 진행, 채점 결과 발표 및 시상, 폐식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과거시험 재현은 중요한 문화유산을 전승, 발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이를 통해 교육특구 광주 남구의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감이 모아졌다.

오수열 광주유학대학장은 개회사를 통해 “유서 깊은 광주향교에서 대표적인 전통문화인 과거시험을 재현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첫걸음이 인재 선발이라고 본 유학 정신에 따라 실시된 과거제도는 구시대의 유물로 인식되지만, 과거의 뿌리인 유학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사회의 중요한 문화이자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오 학장은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지 않는 지역에 자존감이 남을 수 없다”며 “광주가 첨단산업 발전과 전통문화 계승에 함께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이동재 광주향교재단 이사장은 “과거시험은 미래지향적으로 학술적 연구를 탐색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우리 민족정신과 혼이 담긴 역사이자 체험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실시됨으로써 시대적 측면에서 성찰하고 인재 등용을 공정과 정의 실현의 계기로 삼는다면 더 큰 의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행사의 지속 발전 필요성을 전했다.

이날 향시(과거시험)는 ‘국가경영방략’과 ‘한시’ 등 2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으며 각 분야별로 30명씩 응시했다.

시관으로는 장성 필암서원 선비학원의 박래호 원장 등 유학자들이 참석했다.

향시의 시제 및 압운은 현장에서 제시됐다. 국가경영방략은 ‘우리나라를 행복한 민주선진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략을 유림의 관점에서 서술하시오’를 주제로, 한시는 ‘菊齋 高峯 靑蓮 三賢文會宴’(국재 고봉 청련 삼현문회연)’을 시제로 펼쳐졌다.

이후 심사를 통해 향시의 장원, 방안, 탐화가 선정됐다.

국가경영방략 부문에서는 김남주씨가, 향시 부문에서는 유안중씨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장원으로 급제했다. 방안에는 유희현·정채호씨가, 탐화에는 정영태·최용호씨가 각각 선정됐다.

장원을 차지한 김남주(64)씨는 “평소 소학부터 명심보감 등 한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가 유학대학에 다니게 돼 깊이 있는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 예절과 문화에 대해 잊고 살다가 이런 과거시험 재현행사에서 장원 급제하게 돼 뜻깊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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