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수)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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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지침은 일정 기온에 달하면 작업을 중지하고 쉬게 돼 있지만, 막상 일대가 정전되면 재촉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선풍기, 에어컨도 다 전기로 움직이니까요.”
체감온도 35도가 넘어가는 불볕더위에도 방염복과 절연화, 목토시로 꽁꽁 무장한 채 2만2천900볼트(V)의 고압이 흐르는 전기 배선을 다루는 전기 노동자들이 입을 모았다.
3일 오전 10시 나주 남면 한 비닐하우스 앞. 좁은 시골길에 들어서자 전기 장비가 가득 담긴 큰 트럭 3대가 도착했다.
작업반장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물을 자주 섭취해 주셔야 합니다. 중간에 염기도 꼭 드세요”라고 작업자들의 탈수 증상을 우려하며 안전 지침을 전달했다.
작업자들은 전봇대 위에 오르기 위해 ‘버킷’이라고 불리는 바구니 모양의 차량 장치에 올라섰다.
2만2천900V의 고압 전류를 다루려면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방염복과 절연화, 장갑 등은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때문에 완전 무장한 작업자들은 작업 시작 전부터 얼굴에 흐르는 땀으로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 보였고, 방염복은 이미 땀이 눅진히 배어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경석(55) 광주전남전기지부 광주지회장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방염복은 통풍이 되지 않아 옷을 입는 것 자체만으로 한증막 속에 있는 것 같다”며 “입에 쓰는 버프(목토시)는 피부암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착용한다. 문제는 땀이 많이 나면 숨쉬기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고충은 착용하는 작업복 만은 아니었다.
좁고 협소한 버킷 내부에 뜨거운 유압 호스까지 달려있어 장갑 안에도 땀이 흥건해 손으로 다루는 일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더운 날 빨리 일을 마치려고 맨손으로 만졌다가 화상을 입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현장 작업자들은 전했다.
전봇대 아래에서 보조를 해주는 이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50대 보조 작업자 A씨는 “버킷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우리가 자재 조립 등 보조를 맞춰서 해줘야 한다”며 “요새는 아스팔트 등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조금만 서 있어도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폭염 속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자 여러대의 버킷이 함께 움직이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연출 되기도 한다.
50분 후 작업을 마치고 버킷에서 내려온 작업자들의 옷은 땀이 굳어 생긴 염기로 여기저기 주름이 잡혀있었다.
35년 경력의 작업 소장 B(60대)씨는 “34도 정도면 양호하죠. 더 더운 날에도 일을 한다”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고 있는데 ‘고생 많으시다’며 시원한 커피 한 잔 건네시는 시민 분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요즘은 정전 사고가 특히 자주 발생하는데, 복구 작업 시 인근 전기를 잠시 끊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1분도 지나지 않아 민원이 접수돼 작업이 쉽지 않다”며 “시민들이 조금만 양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며 얼굴에 빗물처럼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한편 한전은 작업자들에게 폭염 대책으로 그늘막 설치를 권했지만, 전기공사 노조 측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 상태다. 업무 특성상 이동이 많은 전기 노동자들에게 그늘막은 설치 시간이 길고 버킷 이용자들은 사용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장은정 인턴기자
장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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