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 건립된 조선시대 대표 누각 ‘희경루(喜慶樓)’ 현판 글씨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배면(뒤쪽)에 걸린 한글 현판을 강기정 시장이 쓴 필체를 바탕으로 제작, 일각에서 치적 내세우기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 이후 지역사회에서 부적정했다는 비판이 연거푸 나오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보인다. 자문위가 ‘과거에 지방관이 직접 쓴 사례 등을 고려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더라도 끝까지 숙고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통상 고건축은 현판을 썼던 기록물을 찾아 사용하거나 적어도 관련 고문헌을 통한 집자 형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전남지역에도 적지 않은 문화재 복원이 이뤄졌지만 선출직 현직 단체장의 글씨로 현판을 제작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장이 시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봤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손쉬운 선택을 했다고 꼬집었다. 광주시의회에서는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오판이라는 비난까지 일었다.

동방(東方)에서 으뜸이라는 희경루가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기념한 사업으로 상징성도 크다. 현판을 둘러싼 시비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희경루가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 세워졌다며 엄밀하게 문화재 복원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각계의 조언대로 희경루 중건의 역사성과 의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고문헌의 집자나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의 글씨로 새기거나 모든 계층을 망라해 시민들을 선정, 참여토록 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희경루가 최초 건립된 지 572년, 사라진 지 100여년 만에 고증 작업을 거쳐 중건됐다. 무진군이 광주목으로 승격, 복호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는 뜻으로 명명됐다.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돼선 안 된다. 광주의 역사를 올곧이 담아낸 멋스럽고 웅장한 누각이 자리를 잡았다. 광주시는 작은 오해의 소지라도 있다면 적극 소명하고 즉각 조치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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