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화)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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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포 임상옥은 상재(商材)와 기지(機智), 근검절약으로 자산을 모은 거부(巨富)로 알려지고 있으며, 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를 위하여 사용한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실천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임상옥은 그의 고향이자, 조선 후기 지리적으로 중국과 근접해 상업 교류가 활발했던 의주를 중심으로 한 상인조직인 의주 만상(灣商)을 상업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의주는 조선의 국경 도시로 정부의 사행(使行)이 출발하고, 중국 사신이 오는 관문으로 정치, 외교 및 무역 중심지로서도 중요한 지역으로 조선 정부가 의주상인들에게 무역 출입물품에 대한 관세 징수권과 무역권을 독점적으로 맡겨 관리하는 만포(灣包) 정책을 시행하면서 의주상인의 별칭인 만상(灣商), 만고(灣賈), 유만(柳灣)이 유래됐다.
임상옥에 대한 일화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商道)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 북경(北京) 상인들의 불매 동맹을 파기한 거래, 관직에 나간 후 주변의 여건이 여의치 않자 과감히 사직을 한 일, 거부를 이룬 후 빈민 구제 사업이나 재물을 전부 나눠준 일 등이 소개되고 있다.
임상옥은 “상즉인(商卽人), 장사는 곧 사람이다. 장사란 이문(利文)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고 했는데, 상즉인의 정신은 상인이 상을 업으로 삼으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본분과 마음가짐에 대한 지침으로 성리학(性理學)의 어원인 성즉리(性卽理)의 정신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임상옥의 상즉인 정신은 전통 주자학(朱子學)의 성리학 사상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생각되며, 전해지는 바로는 임상옥은 시재(詩才)가 남달랐으며, 그가 남긴 문집(文集)인 가포집(稼圃集) 등의 시문(詩文)들의 수준이 보통 이상인 것으로 보아 그의 학문적 수준 또한 높았을 것으로 유추된다.
또한 그는 “재물의 평등함은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의 바르기는 저울과 같아야 한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고 했는데, 재화(財貨)는 물(水)과 같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전해져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사상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노자의 상선약수의 개념은 노장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자는 최상의 선(善)은 물(水)이라고 하였으며, 물은 모든 생활에 이로우며, 다투지 않고, 낮은 곳을 좋아함으로 물은 도(道)에 가까우니 인간은 물을 닮은 삶을 살 것을 강조했다.
또한 “사람은 바르기(直)가 저울(衡)과 같아야 한다(人中直似衡)”라고 했는데, 이는 저울은 속일 수가 없고 저울처럼 사람도 속여서는 안되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의 정직함과 이에 기반한 신용의 중요성을 상업정신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상옥과 관련해 계영배(戒盈杯)의 일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계영배는 가득 차는 것(盈)을 경계(戒)하는 술잔(杯)의 의미로 잔에 일정 수준의 술이 차면 저절로 술이 비워지는 잔이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제사용으로 만들어진 의기(儀器)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 화순 출신의 조선시대 실학자 하백원(河百源·1781년-1844년)이 제작 방법을 그의 친구 도공(陶工) 우명옥에게 전해져 계영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참고로 일부 문헌에서는 하백원이 우명옥의 스승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우명옥은 1771년 생으로 오히려 하백원보다 10년 연상이고, 그의 스승은 따로 지외장으로 전해진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우명옥은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 분원(分院)에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순조의 치하를 받으며 명성을 얻게 되어 부를 모으자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이 계영배를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임상옥은 평생 이 계영배를 곁에 두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도리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과욕을 경계했다고 한다.
문득 필자에게도 늘 곁에 두고 경계하는 삶을 위한 계영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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