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도 아우성치는 여름날 오후,
베란다 방충망에 착 달라붙어 있는
커다란 매미 한 마리.
반갑고 가슴 뭉클하다.

귀를 쫑긋하며 매~암 매~암 울음소리를 기대하지만,
한나절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가끔 온몸을 파르르 떨어보지만,
속만 탄다.

저 매미도 오랜 세월 땅속에서
애벌레로 버티며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에 나와 제대로 울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있다.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하면서
해맑게 웃고 있는 며느리를 본다.
처음 보았을 때는 기린꽃처럼 야무지고,
우리 집 식구가 된 후로는 대학 강단에 설 거라고
큰소리치던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다발성 염증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동굴 속에 갇힌 아이.

우리 집에 찾아와 이틀을 머물다가
아쉽게 생을 마감한 매미를 하얀 천으로 감싼다.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가는 가엾은 며느리가
텅 빈 방충망에 어른거린다.

<김광렬 약력>
▲계간 문학예술 시 등단
▲계간 산문의 詩 ‘창작 수필’, ‘산문의 詩’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 ‘산문의 詩’ 작가회 회원
▲한국 문학예술 작가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회원
▲‘굿모닝 양림축제’ 문학 공모 詩 부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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