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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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해서 싫은 일, 남에게 하면 되나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7. 09.13. 19:47
최근 전 국민은 10대들의 모골 송연해지는 범죄에 경악했다. ‘부산 사하구 여중생 집단 특수 상해’라는 제목의 사진 한장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알려진 이 사건은 피해 여중생이 부산의 한 공장 인근 골목길에서 가해자들에게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나 두들겨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자비한 폭행에는 칼, 성관계 등 위협이 이어졌다. 더 섬뜩한 것은 피해자가 머리채를 잡혀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300미터를 끌려가던 당시, 대로변에는 적지 않은 목격자들이 있었고 순찰차까지 지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강릉, 아산, 인천, 서울 등에서도 10대 집단폭행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전 국민이 ‘무서운 10대 범죄’를 경험한 한 주였다. 지난 6일에는 강릉에서 벌어진 10대들의 무차별 폭행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SNS로 공개됐고, 7일 인천서부경찰서는 모 고등학교 태권도부에 재학 중인 4명의 여고생이 후배에게 가혹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5월 아산에서 일어났던 여중생 감금폭행사건과 7월 서울에서 있었던 집단폭행도 뒤늦게 알려졌다. 집단폭행, 얼차려, 감금, 담뱃불 화상, 조건만남 강요 등 그 내용은 차마 10대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 5년간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1만5천여명이나 된다. 하루에 9건 꼴로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이 중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10-14세) 강력범죄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대 강력범죄 중 15%가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다.

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른들이 부랴부랴 10대 범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년법’과 ‘청소년 보호법’을 주목하고 있다. 10대 범죄자들에 대한 법이 너무 관대해서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위한 국민청원’에 24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3개의 ‘소년 범죄 근절을 위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발표했고,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소년법’에 해당하는 소년의 나이를 18세(현행 19세)로 낮추고 법정최고형을 20년(현행 15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급기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소년법 개정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대책TF팀을 만들어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51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8%가 현행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10대 미성년 범죄자에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25.2%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례 규정을 아예 없애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에 대한 각국의 법제를 비교해보면, 영국·호주·뉴질랜드·홍콩·스위스는 만10세, 캐나다·네덜란드 등은 만12세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 주에는 책임연령에 관한 성문법적 규정이 없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만12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형사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10대들의 범죄는 소년법상 소년 범죄로 규정되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형사법상 책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아닌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만14세의 형사책임능력을 규정한 형법 제9조는 1953년도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보호처분을 비롯한 소년법의 대부분의 규정은 2007년에 전문개정을 한 상황이다.

이왕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소년법은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청소년 행위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하고 흉악한 유괴, 살인, 폭행 등을 저지른 경우 성인과 같이 처벌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더불어, 진지한 성찰도 해봐야 한다. 과연 우리는 청소년범죄를 예방화고 교화하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청소년범죄 교화 인력은 선진국이 20인당 1명, 우리나라는 150명당 1명이다. 예산도 선진국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법 개정 못지않게 보호관찰 등 청소년 계도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험한 꼴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만 요란을 떨게 아니라 좀더 중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고 잔인한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학교 안팎의 안전망을 촘촘히 짜가야 한다.

요즘 10대는 SNS발달로 어른보다 빠른 정보를 섭취하고 있다. 신체적 성장도 예전과 다르게 빠르다. 도덕이나 윤리를 배우기 전에 자극적인 언어와 영상을 먼저 접하기 때문에 학교밖의 활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선천적 기질의 영향도 있지만,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나 학대, 가정폭력 등 환경 결핍요인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입시경쟁에 바쁜 학교는 문제 학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일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유흥업소 출입, 모텔 혼숙, 장물 취득 등 비행을 조장하기도 한다.

10대범죄는 어른들 책임이 90%다. 10대가 죄의식없이 강력범죄를 반복하는 것은 사회공동체 일부 기능이 마비됐다는 증거다. ‘내가 당해서 싫은 일, 남에게 하면 안된다’는 진리를 가르치지 못한 점, 반성하고 ‘바른 처방’을 내려야 한다.

/ssnam48@kj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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