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무술(戊戌)년 해가 힘차게 떠올랐다. 격동의 정유(丁酉)년을 마감하고 새해 새 희망을 품으며 인류와 가까운 ‘개띠’ 해가 찾아왔다.

지난 한해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성난 민심의 산물인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지난 정권 사회전반에서 쌓인 적폐청산을 실행하고 있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 스포츠화재센터 화재 등 재난안전사고도 이어져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사드갈등, 북한의 핵실험로 인한 냉전으로 일촉즉발의 한반도 정세가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숨가쁘게 일년이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정치사의 이정표를 세울 제10차 개헌 작업이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연계해 정치권에서 논의중이다. 지난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1년만에 최상위 법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권력을 남용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마감하라는 시대의 명령이다.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여준 촛불민심은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분산해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원하고 있다.

이번 개헌의 핵심은 지방분권이다. 지난 1994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지만 20년 넘게 지나서도 실질적인 권한은 중앙정부에 여전히 쏠려 있어, 지방정부에게 주어진 권한은 극히 미미하다.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재정 자주권 강화 등 지방정부에 대폭 힘을 실어주는 지방분권 개헌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개헌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입법, 행정, 재정, 복지 등 4대 분야의 지방자율성과 독립성이 헌법에 명시돼야 진정한 지방자치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13일 열리는 동시지방선거에는 다당제로 ‘다자구도’가 된 정치권이 향후 정국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일 시험대다. 6·13지방선거에선 17개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226개가 기초단체장 옥석을 가린다. 광역 및 기초의원의 경우 선거구 획정 절차가 남겨져 있지만 제6대 지선 기준으로 각각 789명과 2천898명에 달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 1년의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위해 반드시 ‘압승’에 가까운 결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야권은 차기 총선,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교두보로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중앙과 지방 모두 명운이 걸린 만큼 여야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실험으로 존재 과시에 나서고, 이 때문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존재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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