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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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들, 기초를 올바로 세우라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1.23. 19:02
얼마 전 외국 여행 때 현지 가이드가 농담 아닌 농담이라며 한국 관광객의 특징 세가지를 얘기해줬다. 옷차람이 등산복으로 통일된 점, 밑반찬을 싸오는 것, 그리고 하루 여행이 끝날 즈음 성매매 알선을 주문하는 것. 그때 필자는 성매매에 대해 집중 질문을 했다. 가이드 얘기인즉,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그런 요구가 많다고 했다. 설마···.

기해년 새해 터진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추태에서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말 미국·캐나다 연수 도중에 현지 여행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 알선을 요구하고 주먹까지 휘두른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추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얘기하고 있다. 공개된 CCTV를 보면 박종철 군의원이 버스 안에서 갑자기 가이드 팔을 비틀고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예천군의회가 폭행 논란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 가이드가 잘못 맞았다’고 했던 변명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지난해에는 충북도의원들은 22년 만의 물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한 의원이 이를 질타하는 국민을 들쥐의 일종인 레밍에 비유해 국민적 공분을 촉발했다.

그동안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주먹질 외에도 성추행, 갑질, 음주운전 등…. 하지만 구성원의 이런 일탈 행위를 다루는 지방의회의 징계는 솜방망이이거나 눈감아주기였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원을 제명, 출석정지, 경고 등을 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제명을 빼면 모두 경징계다. 일탈 행위 당사자들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거나 정당이 제명해버리면 정당 차원의 징계도 불가능해진다. ‘레밍 발언’ 여파로 제명된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원 3명 중 2명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복당하고 공천까지 받았다.

최근에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전국의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 금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4%가 찬성했고 반대는 26.3%에 그쳤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 여행규칙(표준안)’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은 공무국외 여행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고 심사 기간을 확대토록 했다. 국외 연수 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 연수 결과를 지방의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하고 부당한 공무국외 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 조치토록 한다는 것이다.

제도와 시스템개선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자정능력이다. 국민의 혈세를 받고 일하는 만큼 따르는스스로 책임감과 도덕성을 먼저 장착해야한다. 지방의회 스스로 20년 넘는 세월동안 연륜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고 그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해왔는가 철저히 자기검증을 해봐야 한다.

지방자치에서 기초의회는 민생 현장과 가장 근접해 있다. 민심을 현장에서 어루만지고 주민의 애로를 살펴야 할 사람들이 되레 주민을 실망시키고 업무를 방해하는 형편이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일말의 성찰, 공무에 대한 분별심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집행부의 독주를 적절하게 견제·감시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지난 1995년 민선 자치가 시작된 후 20년이 지났다. 뿌리를 내리고 어른 노릇을 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행부와의 조화로운 견제와 균형 속에 주민의 권익과 복리를 증진해야 하는 본래의 사명을 잊은 채 매년 대형 사고를 터트리고 있다.

지금 예천군의회 앞에서는 예천 주민들이 예천군의원들의 사퇴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일탈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47개 지방의회(1만9744명)에 대한 2017년 청렴도 측정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의회 평균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6.11점으로, 3년간(2015-2017년) 6점대 초반에 정체되어 있다. 공공기관 573곳의 종합청렴도(7.94점)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의정활동 과정에 지연과 혈연, 학연 등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처리 관련 청렴도는 5.74점으로, 공공기관(8.52점)과 자치단체 평균(8.08점)보다 2점 이상 낮았다.

현재 우리나라 기초의원 수는 2894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이 정확하게 언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건이 날 때마다 유권자들의 분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는 것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게 한 선거제도와 더불어 뽑아 준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 자질이 부족하고 선량으로서의 염치가 없는 이들에게 자기 지역의 살림을 맡기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필자도 잘 뽑아야 한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25년 가까이 지방의회의 일탈을 염려하는 글을 매년 쓰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정당이 공천권 획득을 위해 당을 위해서만 충성하고, 외유성 해외연수 등에만 눈독을 들인 사람들을 공천한 이유도 크다. 매번 선거때마다 자질론을 얘기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주지하건대, 지방의원의 역할은 조례를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결정하며, 공무원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은 시민사회단체의 업무를 감시하는 게 주 업무다. 지방자치법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지방의원 의무를 명문화했다.

지방분권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 축을 담당한 지방의원들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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