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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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내 마음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보자
이현
아동문학가

  • 입력날짜 : 2019. 02.28. 19:38
“생각 좀 그만 하렴.”

“길을 걸을 땐 앞을 봐. 딴 생각 좀 하지 말고.”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생각 좀 그만, 딴 생각 좀 하지 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멈춰지지 않았다. 하늘을 보다가도 눈부신 푸르름에 생각이 더해졌고, 산 넘어 산, 바다 건너 세상이 궁금해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생각이 멈춰지지 않은 만큼, 길을 걷다가도 넘어지기 일쑤였고 잠깐 요리를 하다가도 화상을 입거나 손을 베곤 했었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고 있는 걸까?”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조각상을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앉아 있는걸 보면 기분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고. 옷은 왜 벗고 있지? 신발도 안 신고 말이야. 생각할게 너무 많아 옷 입을 시간도 없었나? 아니면, 너무나 골똘히 생각하느라 옷을 입고 있는지 안 입고 있는지, 신발을 신고 있는지 안 신고 있는지도 모르는 걸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곤 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새고 있다거나, 내 신발이 어디로 갔을까, 내가 어제 숨겨 놓은 빵을 누가 먹었는지를 생각 중 일거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그런 생각은 아닐 거라며 손사래를 쳤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옥의 문’이라는 대작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을 때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옥의 문’ 위에 웅크리고 앉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 군상들을 바라보며 느꼈을 참담한 심경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 가득 ‘생각하는 사람’의 고뇌가 절절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수리수리 얍!”

나는 뇌예요. 수리수리 뇌예요. 나는 머리뼈 안에 들어있어요. 두부처럼 말랑말랑 하고요. 꼬불꼬불 주름도 아주 많아요. 꼬불꼬불 주름을 쫙 펴면 신문지 한 장 만큼이나 커요. 하는 일도 많아요. 아주 아주 많아요. 수리수리 주문을 걸려면 힘이 필요해요. 꼭꼭 씹어 냠냠, 맑은 공기도 필요해요. 생각이 번쩍번쩍, 수리수리 더 잘 할 수 있어요. 수리수리 뇌는 동물에도 있어요. 날마다 수리수리, 수리수리 얍! 주문을 걸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만약에 수리수리 뇌가 서로 바뀌면? 강아지는 야옹, 고양이는 멍멍! 호랑이는 찍찍 야단이 날거예요. 식물들은 수리수리 뇌가 없어요. 꼭꼭 씹어 냠냠 먹고 응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햇살과 바람과 비가 내려와 살게 하니까요. 수리수리 뇌도 처음엔 작아요. 아이들의 손이 크고 발이 크고 키가 자라는 것처럼 수리수리 뇌도 점점 더 자라요…. ‘신기한 머릿속 이야기 수리수리 뇌’는 뇌에 관한 그림책이다. 어떻게 하면 수리수리 뇌가 쑥쑥 자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수리수리 얍! 잘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우리들의 머릿속 가득 들어있는 수많은 생각들 중에 지워야 할 생각과 버려야 할 생각은 무엇인지, 기억해야 할 생각과 채워야 할 생각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바람이 산들, 햇살도 화사한 봄이 시작되었다.

비움이 있어야 채울 수 있기에, 봄맞이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커다란 종이 한 장 앞에 놓고 지우고 싶은 생각들과 기억하고 싶은 생각들, 버리고 싶은 생각들과 남기고 싶은 생각들, 채우고 싶은 생각들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 봄맞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봄볕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자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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