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7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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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미리 알면 대비할 수 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4.03. 18:52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의 대부분은 ‘힘들다’고 말한다. 탄식과 우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얘기한다. 어떤 이는 그 힘들었던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왜 이렇게 서민경제가 무너졌을까.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다시 세계적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두바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 먹구름이 너무 많아 단 한 번의 번개에도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 각국은 경제적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4가지 먹구름은 무역 분쟁, 금융 긴축, 중국 경제 둔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다. 라가르드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위기를 말하며 각국 정부에 경고를 보내 왔다. 넉달 전에는 “안전띠를 매야 할 때”라고 하더니 “경제적 폭풍에 대비할 때”로 더욱 강화됐다. 그가 안전띠를 말했을 때 IMF는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했고 폭풍을 언급할 무렵에 3.5%로 더 낮췄다. 그의 경고가 현실이 될 경우 국제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폭풍을 넘어 강태풍에 직면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2일 다시 경고를 했다. “올해 세계 경제의 70%가 경기 하강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를 날씨에 빗대 “1년 전엔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6개월 전에는 수평선에 구름이 끼었지만, 지금은 날씨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나올때마다 세계 경제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은 불안하다. 다른 나라에서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우리는 어떤 격랑이 기다릴지 답답해진다. 설상가상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100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국가부채가 17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로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나랏빚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한국경제위기 원인은 ‘격차’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세대 간 실업률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동률 격차, 업종별 생산 격차 탓에 국민이 경제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격차에는 청년 실업, 대기업 쏠림 현상, 산업 구조조정 같은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가 모두 담겨 있다. IMF의 경고와 한국은행의 분석은 우리가 처한 경제적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혹여 조선시대말기처럼 세계 각국은 격동하고 있는데 우리만 대비를 못하다가 일제강점기를 맞은 것처럼, 세계 경제의 위기는 폭풍을 걱정해야 할 만큼 징후가 강해졌는데 우리만 격차의 벽에 가로막혀 둔화된 성장조차 못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위기를 미리 알면 대비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간에 와 있는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위기를 진단하면서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정책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에 힘겹게 올라섰으나 ‘형편이 나아졌다’는 이들은 적다. 기득권의 공고화, 격차 심화, 미래성장동력 약화 등 여러 가지로 비정상적 상황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 원인이다.

올 들어 우리 경제는 급격히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투자·소비·고용 모두 지지부진한 가운데 버팀목인 수출에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초(超)슈퍼예산’도 모자라 매년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돈을 풀지만 성장률 전망은 녹록치 못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2% 감소한 471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산업부는 반도체가격 하락, 중국경기 둔화, 조업일 하루 감소,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3월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활동 지표도 안 좋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떨어졌다. 이 하락 폭은 2013년 3월(-2.1%) 이후 5년11개월 만에 최대라고 한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지표가 동반 하락한 것이다.

위기를 미리 알면 대비할 수 있다. IMF도 극복한 우리 아닌가. 정부, 국회, 연구기관, 기업 등 모두가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꼬일대로 꼬인 현 경제상황을 풀려면 경제수장들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보인다. 정부는 하루빨리 긴급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67%로, 36개 회원국 중 19위로 밀려났다. 1년 만에 여섯 단계나 떨어지는 낙제 성적표다. 수출·내수의 동반 추락은 더 깊은 경기침체와 실업대란, 소득 감소를 부를지 모른다.

이미 우리는 산업현장, 저소득가계들에서 매일 경제위기의 경고음을 듣고 있다. 경제격차의 늪에 빠진 상류층과 정책결정자들이 이 경고음을 심각하게 듣지 못한다면 우리는 제2의 IMF를 경험할지 모른다.

대책을 세운 김에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다가올때마다 벌벌 떨 것이 아니라 어떤 먹구름이든 잘 헤쳐가기위한 튼튼한 경제체질을 이 기회에 만들자. 이번 기회에 격차에 담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도 나와야 한다. 특히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구조개혁, 규제혁파, 고용시장의 유연안정성확보가 담보돼야 한다.

지금 전국 지자체 중에 경제가 취약한 광주·전남 서민은 더 고통스럽다. 이미, 많이, 힘들다. 지자체장들이 힘을 모아 지역에 적합한 위기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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