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0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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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사회주의에 대한 단상
이형하
광주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구보건복지협회 광주·전남지회 자문위원

  • 입력날짜 : 2019. 04.07. 19:21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을 반대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소유하고 있는 권리이고, 시장경제 원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수탁자책임 전문위 운영규정’, ‘국민연금 기금운용 윤리강령’ 등의 절차와 방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이사직을 박탈당한 뒤 재계 등에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있다”는 식의 비판이 나온 데 대한 대응이다.

우리는 여기서 생소한 용어인 ‘연금사회주의’가 무엇인가가 궁금해 진다.

피터 드러커는 1976년 <보이지 않는 혁명-연금사회주의는 어떻게 미국에 왔는가>라는 책에서 연기금이 상장기업의 소유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자를 위한 기업의 퇴직연기금이 그 당시 미국 상장기업 지분의 25%를 갖고 있고 향후 그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될 현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가 만들어낸 용어이며 그는 이 현상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는 연기금이 대부분 노동자의 돈인 만큼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셈이라며 기술적으로 연금자본주의가 아닌 연금사회주의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의 사업장은 1,858천여개, 사업장 가입자는 13,835천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70%정도로 연기금의 3분 2이상이 노동자의 돈인 만큼 피터 드러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노동자가 국민연금의 주요 자본가가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이 현재 630조원이고, 2040년경까지 2천500조원으로 늘어나는 한국 최대 및 초고속성장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3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약 13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만 267곳에 이른다. 이 기업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일차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2천200만명의 노후자금을 불려주기 위한 장기 투자 수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인구감소시대에 접어든 현재 국민연금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주권 행사는 장기투자 수익의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주의 윤리경영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지분 5%를 가진 기업회장이 기업의 이름을 빌려 비윤리적이고 심지어 경영으로 위장된 불법과 편법 상속,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전근대적인 족벌체계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 소득보장의 근간인 연기금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의 입장에서는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고, 한편에서는 기업주의 위법과 탈법 경영활동이 이러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신한 연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를 연금사회주의란 일종의 레드콤플렉스를 확대하여 건강한 기업과 국민연금가입자인 국민과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잇단 국민연금 수익률과 함께 국민연금 고갈시점 앞당김과 국가의 지급보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회복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이제 서른 한 살에 맞은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위임 받은 공적인 입장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의 효율적인 운용과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등 각계각층에서 나오는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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