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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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수립 100년, 5·18의 39년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4.10. 19:04
오늘 4월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날이다. 정부를 비롯하여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오늘 진행한다. 언론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친일 잔재,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사와 프로그램을 쏟아 내고 있다. 임시정부 수립은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왕이 주인인 왕국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건국강령은 독립전쟁 방법을 정하고 일제로부터 국토를 회복한 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규정했다. 민족 자결에 의한 독립국가로서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 실현을 나라 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곧 다가올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다. 39주기를 준비하면서 겁이 나는 것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에도 부조리한 일제청산이 되지 않아 100년후에야 새롭게 조명되는 역사가 있듯이, 5·18광주민주화운동 100년에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5·18진실이 남아있어 후손들이 고통스러워할까 봐 걱정된다.

최근에 5·18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로 ‘시체’를 운반했다고 기록한 비밀문건이 나왔다. 광주 외부로 시신이 옮겨졌다는 기록이 담긴 군 문건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군의 3급 비밀문건에는 5·18 기간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시체’를 옮긴 기록이 나온다. 이 문건은 육군본부가 5·18민주화운동 1년 뒤인 1981년 6월 ‘광주사태의 종합분석’이라는 부제로 243권만 만들었다. 문건 110쪽에는 5·18 당시 공군의 수송기 지원 현황이 ‘공수지원(수송기)’이라는 제목의 표로 작성돼 있다. 1980년 5월25일 공군 수송기의 운항구간은 3개였다. 첫 줄의 광주~서울(성남) 구간에선 11구(軀)의 환자를 후송했다고 적혀 있다. 둘째 줄의 김해~광주 구간에서는 의약품과 수리부속 7.9둔(屯·t을 의미), 서울~광주 구간에는 특수장비와 통조림 3둔(屯·t)을 수송한 것으로 기록됐다.

주목할 점은 비고란이다. 둘째 줄 ‘김해~광주’를 운항한 수송기 기록 옆에 ‘시체(屍體)’라고 적혀 있다. 공군 수송기가 김해로 나른 화물 중에 시체가 포함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18 당시 공군이 작성한 ‘5·18 광주소요사태 상황전파자료’에 따르면 공군의 C-123수송기는 당일 김해를 출발해 광주비행장에 도착했다가 다시 김해로 돌아갔다. 김해로 옮겨진 ‘시체’는 군인 사망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중 영남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5·18 당시 계엄군간 오인 사격 등으로 사망한 군인 23명은 모두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성남비행장으로 옮겨졌다. 군은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은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영현(英顯)’으로 기록하며 ‘시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5·18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은 현재까지 76명에 이르지만 1997년부터 광주지역에서 진행된 11번의 암매장 발굴에서는 단 한 구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공군 수송기가 5·18민주화운동 기간인 1980년 5월25일 광주 외부로 ‘시체’를 운송한 기록이 확인된 육군본부 3급 비밀문건(소요진압과 그 교훈)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그동안 여러 번 진행된 5·18 조사에서는 공군 수송기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했다. 1988년 국회 청문회와 1996년 검찰 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은 모두 공군을 조사하지 않았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들은 1997년부터 ‘5·18 행방불명자’ 소재 찾기를 계속했었다. 행불자들은 대다수가 계엄군에 의해 살해됐으며 암매장됐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2년간 11곳의 암매장 의심지역을 파헤쳤지만 허사였다. 단 1구의 유골도 찾아내지 못했다.

행불자 뿐 아니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미해결 진실은 너무 많다. 광주시민의 간절한 바램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5·18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위원회 구성을 못하고 있다. 행방불명자 확인 및 유해발굴 등은 지난해 3월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지금까지 가동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월 그들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을 재추천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채 요지부동이다.

지난 39년 동안 헬기 기총사격 여부,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보안사의 5·18 왜곡 및 조작 경위, 계엄군 성폭행, 학살 은폐 의혹까지 광주시민이 요구한 진실규명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빨리 가동되길 바란다. 제발, 한국당은 두말없이 객관적인 진상조사위 구성과 조속한 정상가동에 협조하라. 한국당은 하루빨리 진상조사위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을 서둘러 추천해야 한다. 더 이상 표류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추천을 못하겠으면 진상규명위원 추천권을 차라리 포기하라.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5·18진상규명 특별법은 여·야 합의에 의해 적법하게 제정된 법률이다. 광주시민은 준엄하게 정치권에 경고한다. 자유한국당은 불순한 의도를 버리고 5·18진상규명에 협조하라.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한국당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라. 진상규명위원회조차도 발족시키지 못한 채 5·18 39주기 추모와 기념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모두 작년 9월부터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만을 고대하고 있다. 39년을 참아왔다. 5월18일이 곧 다가온다. 그 안에 제발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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