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화요일)
홈 >> 기획 > 문병채 박사의 신해양실크로드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신비로운 나라 ‘미얀마’ (3)
잊혀진 왕국, 마법의 도시 ‘므락우’(Mrauk-U)

  • 입력날짜 : 2019. 04.17. 18:29
경외감이 드는 마법의 공간 ‘시타웅 사원’.
수수께끼 같은 나라, ‘라카인 왕국’! 한때 중동과 중국을 잇는 해상실크로드 통로였고, 루비와 사파이어 등 보석의 교역지로 화려했다.

1784년 버마족에게 멸망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국! 그 뒤 수세기 동안 바깥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명지였다. 1996년 처음 외국인에게 개방됐으나, 지역 분쟁으로 출입이 중단됐가 2014년 재개방됐다.

지금도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현재도 곧잘 분쟁이 일어나고, 외길뿐이어서 피할 곳도 없다. 가는 길엔 한적한 시골풍경이 드넓게 펼쳐진다. 유속이 느린 거미줄 같은 강줄기, 정글과 험한 산지 등이 험난한 역사를 전해 준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수수께끼 같은 유적으로 가득한 ‘므락우’

아라칸 왕국의 수도, 므락우!

이곳엔 아직도 옛 생활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과거의 전통이고 여행객에겐 이국적이다. 정말 기이하고 수수께끼 같은 여행지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 온 왕국답게 찬란하고 화려한 건축물을 남겼다. 때문에 곳곳이 신비한 유적으로 가득 차 있다. 사원, 탑, 부조, 조각상, 성곽, 요새, 해자, 궁터 등이 모두 유적이다. 싯따웅, 라나나뽄, 두칸테인, 라웅반뺘욱, 고터웅 등 사원이 하도 많아 일일이 이름을 다 외울 수 없다.

불탑 모양도 독특하다. 미얀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깊은 불심의 역사가 짙게 깔린 땅이다. 신비롭다. 관리되지 않은 탓에 오랜 세월의 느낌이 더 난다. 특별한 추억이다.

흔히 이곳 ‘므락우’를 ‘바간’과 비교한다. 바간이 평평한 대지에 끝없는 불탑 숲을 이루고 있다면, 므락우는 산자락 구비 구비에 수많은 사원이 신비스럽게 보물처럼 숨어 있다. 바간은 장대하고 웅장하나, 므락우는 다채롭고 신비하다. 바간은 주민이 떠나고 없지만, 므락우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불탑과 어울려 있다.

▶전통적 삶 모습 엿보이는 도시 골목
목재와 수풀 등 토속적인 건축물로 지어져 운치가 있는 숙소.

새소리에 잠이 깼다. 카메라를 메고 방을 나섰다. 새벽바람이 뺨을 상쾌하게 스친다. 아침에 보니 머물렀던 숙소가 운치가 있다. 목재와 수풀로 지어진 토속적인 전통건축이다. 사진을 찍었으나 느낌을 담을 수 없다. 그 운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해가 자욱한 안개로 온 마을을 덮는다. 아직은 여행자들이 많지 않다.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좋다. 곧 공항이 들어선다고 한다. 분위기가 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곁눈질하며 걸었다.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그들의 일상이 내다보인다. 삶의 모습이 그대로 엿보인다. 순수하다. 부처의 미소를 닮은 사람들이다, 어린 탁발승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아침 공양을 하는 가 보다. 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시가지 곳곳에 수많은 불탑이 세워져 있다. 영광스러운 역사의 흔적이다. 70개가 넘는다고 한다. 모두 벽돌이 아닌 사암의 돌로 만들었다. 강하게 지어져 영원한 느낌을 준다.

▶따스한 사람들의 일상이 있는 시장

아침을 깨우는 재래시장으로 행했다. 시장골목은 번잡했다. 갖가지 탈 것들과 짐꾼, 상인, 사람들이 얽히고 섞여 난장판처럼 번잡하다. 항상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만 보다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새롭다.

느릿느릿 걸었다. 딱히 무엇을 사러온 것이 아니기에, 그냥 기웃기웃 구경을 하며 비좁은 시장을 걸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색다르다.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것도 많다. 진열된 형형색색의 사탕들이 촌스럽다. 곤충으로 만든 각종 반찬, 하얀 애벌래, 두꺼비, 큰 쥐 같은 것들을 말린 것도 판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바나나 잎으로 싼 밥, 튀김, 쌀국수 등 먹거리도 많다. 진열된 각종 과일,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날벌레를 쫓으려 만든 비닐봉지 막대가 웃기고 귀엽다. 아무렇게나 써서 상품 위에 올려놓은 숫자가 판매하는 가격이다. 믿지 못할 정도로 싸다. 이것저것 샀다. 배낭이 묵직하다. 그래도 전부해서 1만원이 안 된다. 마음이 뿌듯하다.

꽃 시장도 보인다. 각종 아름다운 꽃들이 한데 모여 있다. 낡고 허름한 가게에 아름다운 꽃들의 진열이 부조화다. 한 블럭이 온통 꽃가게다. 부처님께 바칠 꽃으로 많이 쓰여서 그런가 보다. 바나나 잎을 뾰족하게 만들어 노란, 하얀 꽃들을 두른 꽃장식품도 만들어 판다. ‘공양’드리는 용도인 듯 했다. 열심히 만들고 계신 할머니가 시선을 끌었다. 평생 해 오신듯….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암튼, 은근히 잘 팔리는 게 또한 신기했다. 종교의 힘이란 참 이해할 수 없다.
순박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든 시장 풍경.

시간만 있었으면 좀 더 봤을 텐데, 그날 일정이 있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아 좋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이 있는 곳 이어서 좋았고, 문명의 때가 덜 묻고 영악한 장사치가 없는 곳이어서 좋았다. 그들의 따스함이 오래 갈 것 같다.

▶경외감 드는 마법의 공간 ‘시타웅 사원’

우리 고장에 천불천탑의 운주사가 있다. 필자가 어릴 적 늘 소풍 다녔던 곳이다. 항상 1천개란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는 1만점도 아닌 8만점의 불상이 있단다.

1535년에 벵갈과 포르투갈의 침입을 막고 기념으로 새운 사원이라 한다. 그래서 일명 ‘승리의 사원’이라 부른다.

사원 내부는 입구부터 계속해서 동굴로 이어진다. 불상 뒤에 불상, 그리고 또 그 뒤에 불상! 끊어질 듯 이어지는 끝없는 통로와 수많은 불상이다.

8만개의 불상이 놓인 회랑은 끝이 없었다. 장방형의 사원. 계속 돌면서 들어가 원점으로 향하는 회랑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부처님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끝났는가 싶으면, 또 다시 좁은 통로로 이어진다. 길고 어두운 통로에 놓인 아름다운 부조와 조각상은 마치 ‘마법의 공간’ 같다. 점점 숨쉬기도 어려워진다. 사진 찍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느덧 맨발도 자연스러워졌다. 회랑을 걷는 것이 성스럽게 느껴졌다. 처음엔 위압적으로 보이던 불상도, 이내 곧 평온하게 보였다. 마지막 원점에 가서야 부처님 속의 부처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 서서 바라보이는 부처는 경외스러움 그 자체였다. 불교신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많은 곳을 여행해 봤지만 참 독특한 추억이다.

▶영혼 맑게하는 진정한 여행지

들어갔던 길을 따라 되돌아 나왔다. 긴 암흑 속 통로에서 빠져 나온 느낌이다. 일몰 시간이다. 해를 마주 보고, 난간에 기대어 섰다. 벌써 하늘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불빛이 도시를 밝히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 신비롭다.

기도 시간인가 보다. 불경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가슴 속 영혼이 맑아진다. 이 시간이 주는 평온함이 좋다.

멀리 옛 왕궁이 보인다. 허물어지고 무너진 흔적만 남아 있다. 잡풀로 덮인 채 황폐한 모습이다.

가장 화려했던 15-17세기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혼자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본 것도 좋았다. 왕궁 주위를 3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둘러쌓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높은 붉은 불탑들이 독특한 감흥을 준다. 모두가 조형미가 아름답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문화가 놀라게 한다.

색다른 분위기가 낮선 여행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준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꼭 와 봐야할 곳이란 생각이 다시 든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