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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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 꿈구다] (2)광주 독립서점의 현주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현실은 너무 냉혹하네요”
정부·지자체 프로그램 지원 단발성 그쳐
운영난 가중…서점 대표들 ‘투잡’은 기본
‘광주서만 살 수 있는 책’ 작품·작가 없어
도서관 연계 사업 등 실질적 방안 찾아야

  • 입력날짜 : 2019. 04.21. 18:03
메이드인아날로그- 광주 남구 양림동 커뮤니티센터 옆에 위치한 ‘메이드인아날로그’(Made in Analog)는 독립출판물과 단행본, 문구류, 인테리어소품 등을 파는 공간이다.
“서점을 시작하기 전에 나름대로 많이 공부했어요. 독립서점 창업 후 실패를 겪은 수기도 많이 읽고, ‘어떻게 하면 운영을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연구도 하고요. 힘들 줄 알고 시작한 것도 맞아요. 일단은 좋아서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드네요.”

최근 만난 광주지역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책이 좋아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형출판사들의 높은 공급률, 정부·지자체의 소액다건 지원, 종이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이번 회차에서는 광주 독립서점이 처한 운영난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출판사의 높은 공급률·재고 축적 악순환

가장 큰 문제는 각 독립서점마다 운영한 햇수가 늘어갈수록 부채 또한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것. 이는 출판사의 높은 공급률에 비해 책 판매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독립서점에서 책을 입고할 때 출판사는 25%-35% 할인된 가격에 책을 제공한다. 즉 1만원짜리 책은 6천500원-7천500원 수준으로 구매해 입고되는데, 서점 운영자는 책 한권을 팔면 3천원의 수익이 남는다. 한 달에 100만원어치 책을 팔아도 30만원 수준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대형출판사는 서점에 최소 10권 단위로 입고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서점 운영자들은 한 권의 책을 들이기 위해서 10배의 지출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10권의 책이 모두 다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서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단적인 예로, 한 서점에서는 100만원어치의 책을 입고하면 5만원 정도 남는다고 한다. 팔리지 않은 나머지 책은 서점의 재고로 남고, 운영자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가 되는 것이다.

계속 부채가 쌓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서점 운영자들은 기본적으로 ‘투잡’을 하고 있다. 서점으로 생계유지가 안 되니 다른 직업이 없으면 안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파종모종-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파종모종’은 2015년 광주에 문을 연 1세대 독립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와 ‘생태’를 주제로 서점 대표가 큐레이션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액다건 지원, 거시적 안목에선 ‘글쎄’

이처럼 소모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독립서점의 문제를 인식하고 마련된 지원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동네 독립서점에 작가를 초청해 정기적으로 ‘북토크’나 ‘낭독회’ 모임을 진행하면 지역 작가에게는 소정의 강의료가, 서점에게는 대관료가 지원되는 형식이다.

이같은 소액다건 지원사업은 긍정적인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맞다. 하지만, 독립서점이 지속적으로 운영을 이어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거시적으로 봤을 때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서점 운영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1회성·단발적인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금은 서점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모객을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기에는 애매한 금액일 뿐 아니라, 사업의 운영 일정이나 강사까지도 기관에서 지정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광주만의 특색 지닌 독립출판물 전무

경제적인 지원도 문제지만, 콘텐츠 또한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3-4년 전부터 독립서점 유행이 돌면서, 지역별로 ‘독립서점 투어’를 다니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실제로 광주에도 ‘독립서점 지도’가 나와 있다.

광주 독립서점 투어에 나선 외부인들은 ‘광주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을 찾는다. 서점 운영자들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광주는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독립서점이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대표하는 독립출판 작가나 출판물이 없다.

서울의 경우는 인프라 자체가 넓어 독립서점을 다니다 보면 운 좋게 독립출판계 인기 스타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고, 자연스레 그들의 출판물도 많이 나와 있다. 또한 제주는 ‘탐라전국지역출판도서전’을 여는가 하면, ‘제주출판인연대’의 활동도 활발해 지역 고유의 색을 담은 지역출판이나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와 상반된 양상이다.

광주 독립서점 운영자인 A대표는 “타 지역에서 온 구매자가 ‘광주만의 책’을 찾으면 정말 난감하다.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 없다”며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문체나 소재를 다루는 작가가 전무한 광주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이어 A대표는 “기존의 문학적 틀에서 벗어나면 받아주지 않는 광주문학계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광주를 대표하는 독립출판물은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삼삼한 책방- 광주 서구 화정동 광덕고 인근에 위치한 ‘삼삼한 책방’은 ‘여행서적’, ‘문학’, ‘그림책’을 판매한다.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낭독회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장기적 운영 도움 줄 대안 마련해야

앞서 언급한 대로 광주 독립서점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향후 광주 독립서점이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여기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먼저 지역 도서관과 독립서점을 연계하는 방안이 가장 설득력 있다.

희망도서를 인근 서점에서 대출한 후 도서관에 반납하는 형식을 제안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도서 정가제에 해당하는 책값을 서점에 지원하면, 서점 운영자들은 운영난을 해소할 수 있고 시민들은 인근 서점에서 간편하게 책을 빌려볼 수 있다. 이미 경기도와 순천에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지역 서점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서점을 엮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정기적, 지속적으로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관심 있는 시민에게 독립출판물에 대한 강의나, 독립출판물 제작 과정 등을 함께할 수 있다.

서점 자체적으로 소소한 문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광주 독립출판계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도서관과의 연계도 중요하지만 이는 1회성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역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독립서점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 참여자가 책 구매자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책과 책방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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