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목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두 개의 횃불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19. 05.02. 19:09
광주에는 5·18민주광장이 있다. 불의에 저항하며 횃불을 들고 시민들이 모여 발언하고 토론한 곳이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총과 탱크, 헬기의 동원에도 독재에 목숨을 바쳐가며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켰던 광장이다. 계엄군이 총을 쏘면 더 모여서 저항하는 광주시민들이 있고 정의를 외치며 발언하는 곳, 진실규명을 외치는 곳, 예술가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다.

나는 민주광장을 사랑하는 광주시민이요, 화가다. 2015년 5월27일 민주광장에서 밤을 새워 점을 찍어가며 윤상원 열사를 그렸다. 그 작품의 제목은 ‘광주의 별’이었다. 의식을 치르듯 아침까지 반짝이는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고 금남로를 걸었다. 그리고 그 광장이 얼마나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곳인지 스스로 느끼게 됐다. 그 후 이 광장에서 친구예술가들과 함께 이 영감을 나누고 싶었다. ‘민주광장에서 100명이 모여 그림을 그리며 이런 5월의 영감을 나눌 수 있다면…’ 이런 꿈을 꿨고 실현됐다. 5·18기념재단에서 금남로에서 2014년 그렸던 세월오월 걸개그림 100인의 릴레이아트를 민주광장에서 이어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는 그렇게 매년 5월이면 전국의 예술가들이 민주광장에 모여 광주의 오월을 주제로 걸개그림을 그리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5·18기념재단에서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 행사를 지원할 수 없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예산이 삭감됐다는 것이다. 타지에서 참여하는 작가들의 차비와 재료비, 숙박비, 그리고 다음날 5·18현장 투어와 전시회까지 진행하는 모든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혼자라도 밤새워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동안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돈을 내고라도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광장에서 주먹밥을 하고 김치를 현장에서 비비고, 홍어를 무쳐 온 광주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또 그동안 참여했던 작가들은 전화를 해서 언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온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그것의 쓰임새를 정하고… 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이 바로 오월광주 시민정신이다. 그래서 올해 5월에도 광장에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

5월18일 오후 5시18분, 그날 이 시간은 분수대 주면에 너무 행사가 많아서 우리는 광장 옆쪽 ACC어린이문화원 부근에서 광장방향으로 나란히 길을 내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이렇게 민주광장은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창조적인 발언의 장이 된다. 올해 100인의 오월정신릴레이아트의 주제는 ‘1931518-100년’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숫자만으로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1919년 3월1일 100년 전 독립선언문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미래 100년을 상상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시민정신이 살아있는 5·18민주광장을 사랑한다. 작년 7월 뉴욕의 광장에서 실험적인 퍼포먼스 했다. 광주민주광장에서 함께 했던 예술가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드로잉퍼포먼스를 했다. 즉 ‘광주민주광장과 뉴욕 타임스퀘어 이 두 군데의 광장 중 어디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곳일까?’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퍼포먼스를 하면서 두 명의 경찰을 만났고, 그들은 우리 일행들의 가방을 뒤졌으며 총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모두 돈을 내고 하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 내가 현장에서 느낀 것은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돈으로 움직이는 곳이었고, 광주의 민주광장은 시민의 자발성으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광주 5·18민주광장의 위대한 정체성이다.

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이다. 광주 메이홀에서 3㎝의 작은 크기의 횃불을 든 주먹밥아줌마 배지를 만들었다. 작년부터 홍성담 작가의 오월판화 중 횃불행진의 주먹밥아줌마를 배지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팝아트로봇조각가 고근호 작가의 대중적인 감각으로 콜라보레이션한 결과물이다.

나는 작년에 뉴욕에서 93.5m에 달하는 거대한 조형물, 횃불을 든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다.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 독립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올해, 광주시민의 자생적 힘으로 만들어진 이 작은 오월배지도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있다. 머리에 주먹밥을 이고 아리랑 춤을 추며 웃고 걸어가고 있다. 파란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붉은 횃불을 들고 걸어가는 아줌마는 오월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이름을 내지 않은 주먹밥아줌마들이다. 2019년 5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과 오월 배지의 ‘주먹밥아줌마의 횃불’ 두 개의 횃불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