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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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기억과 생명의 노래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9. 05.06. 17:44
온 들판에 폭죽이 터지듯 꽃 잔치를 벌였던 4월이 가고 5월이 우리 곁에 왔다. 이맘때 광주에는 이팝나무꽃이 오월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올해에도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 등 도심 곳곳에 어김없이 이팝나무가 푸른 이파리 사이로 하얀 꽃술을 내밀고 숙연한 자태로 서있다. 이팝나무는 오월에 흰 꽃을 머리에 드리운 모습이 마치 소복입은 여인과 같다고 하여 ‘5·18나무’로도 불린다.

하나의 하얀꽃에 지나지 않았던 이팝나무가 80년 5월을 상징하는 ‘5·18나무’가 된 것은 거기에 집단기억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80년 광주의 참상과 비극이 이팝나무의 이미지와 결합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억은 상징과 기호체계로 변환될 때 더욱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5월 광주는 곳곳이 ‘문화 천국’



광주의 문화를 논할 때 80년 5월을 필연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80년 5월이 정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주로 정치적 이슈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대중의 삶과 가까운 것은 문화이다.

80년 5월이 정치적으로 오랜 기간 핍박과 소외를 겪으면서도 오늘날까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꿈틀대는 것은 심연에 대중의 각성이 살아서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80년 5월 이후 근 40년을 거쳐 오는 동안 5월 문화는 이제 현상의 단계를 넘어 하나의 ‘견고한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담론을 앞장 서서 이끌어오고 있는 장르는 문학이 아닌가 싶다. 80년 5월을 가장 먼저 기호로 만들어 전파한 수단 역시 문학이었으며, 현재도 ‘5월 문학’이 한국문학을 대표할 정도로 정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문학을 텍스트로 다양한 장르로 전이된 것이 오늘날 광주 문화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5월 문화’가 미술, 연극, 음악, 조형, 영상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주된 주제로 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배경도 오랜 예향의 전통과 더불어 ‘5월 문화’가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이 되면 광주에는 그야말로 ‘문화 천국’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 주무대는 빛고을문화관, 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 광주문예회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공연시설 뿐 아니라 금남로와 예술의거리, 양림동 근대역사거리 등 광장과 거리에서 문화난장이 열려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한다.

그동안 광주 문화는 기억의 환기, 시대의 재현 등 통점(痛點) 자극과 같은 회상이 밑바탕을 이루면서도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새로운 실험정신 등 변혁의지를 지향점으로 삼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 문화는 독자적 노선과 차별성을 부각시켜왔다. 그 전면에 섰던 인물들이 때론 정권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대중적 지지에 힘입어 광주정신의 실천의지는 꺾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광주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시기적으로 5·18 4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5월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점검이 필요하다.



‘창조도시’의 개방적 환경 필요



무엇보다도 광주라는 지역성을 넘어서야 하는 명제가 있다. 보수세력들이 끊임없이 공격하는 명분도 따지고 보면 지역성을 탈피하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보여진다. 가치의 공유 부분이 적을 수록 이질감은 커지게 되고 이는 곧 적대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광주다움’은 지켜가되 개방성을 넓혀 보편성을 획득해야 한다.

사실 광주문화가 추구하는 가치는 크게 보면 ‘인권과 생명존중’이다. 그럼에도 일부 외부의 시선은 80년 가해자들이 왜곡시킨 지역적 특수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공유 부분을 확대하고 연대의 폭을 넓히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대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기관이라는 권위와 객관성을 앞세워 광주문화의 정신과 진면목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광주가 아시아문화의 발신기지로서 역량을 평가받고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사례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주라는 대한민국 변방도시에서 태동했지만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전람회로 발전했다. 그 원동력은 처음부터 외부 감독을 영입해 예향광주의 향토성과 세계 미술 트렌드의 보편성을 수렴해낸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의 명제는 ‘창조도시’의 환경 조성이다. 이 것 역시 개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실험정신을 가진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이 광주로 몰려들게 해야 한다. 외부인들은 여전히 광주를 낯선도시, 그들만의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창조도시가 되려면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루속히 바꿔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시의 적극적인 도시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과 예술인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광주시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본사 주필 겸 자치연구소장


본사 주필 겸 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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