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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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의 관현악 컬렉션]두 번째 마당 음표의 필력 ‘작곡가’
하늘이 내린 신의 선물…악보 위에 펼쳐지는 음표의 에너지

  • 입력날짜 : 2019. 05.15. 18:30
근대적 개념의 국악관현악 작곡이 이뤄진 것은 1917년부터로, 1세대 김기수 작곡가로부터 시작됐다. 사진 왼쪽부터 국악관현악 창작계 1세대 작곡자 김기수, 2세대 작곡자 이상규, 3세대 작곡자 황호준.
현대 사회의 흐름에 따라 우리 전통음악은 극히 위축돼 왔다. 음악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음악의 창조적 음악작업은 필수가 됐고 창조적 음악작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악작곡가들이 있었다.

시대의 자연스러운 요구와 변화의 흐름에 국악작곡가의 역사 또한 반세기를 넘어 가고 있다. 악보를 매개로 해 근대적인 개념의 작곡이 이뤄진 것은 국악작곡가의 1세대라고 불리는 김기수(1917-1986)에 의해서 시작됐다.

송방송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음악통사’에서 국악 창작계의 1세대(김기수, 이강덕 김동진, 김희조 등), 2세대(황병기, 조재선, 이상규, 이성천, 백대웅, 이해식, 박범훈, 김영재, 김영동 등)로 분류했다.
작곡가의 역사에서 세대별 구분을 살펴보면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역사성을 알 수 있다. 1세대의 작품(김기수)은 창의성 있는 곡보다는 계몽성에 치중한 곡이 대부분으로 3·1 정신을 기리는 ‘정백혼’,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를 표현한 ‘개천부’, 8·15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송광복’ 등으로 민족적인 정기와 희망을 표현한 곡들이었다.

김기수의 곡을 보면 정악 어법에 바탕을 두면서 대 편성 국악관현악 곡의 내용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에 반해 이강덕은 서정적인 경향의 작품과 민속악적인 어법을 많이 도입하였다. (1963년 ‘죽의 환상’, 1969년 ‘염불 주제에 의한 환상곡’)

1세대는 작곡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국악의 창작에 본격적인 작품 활동이 시작된 시기라고 볼 수 있겠다.

2세대의 작품은 작곡가의 시대라고 할 만큼 그 질과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작곡자가 다양해짐으로써 창의성 있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대중적인 국악 노래를 ‘국악가요’라는 이름의 장르가 나오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국악 연주 단체의 활동도 활성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세대 작곡가들의 작품은 국악관현악단에서 주요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곡들이기도 한다.

황병기의 ‘침향무’, 백대웅의 ‘회혼례를 위한 시나위’, 박범훈의 ‘신모듬’, ‘춘무’이상규의 ‘대바람 소리’ 김영동의 ‘매굿’, ‘신수제천’ 등 작곡가의 시대라고 할만큼 전국의 관현악단의 창작을 이끌어준 세대들이다.

특히 김영동은 연극, 영화, TV등 국악가요(‘조각배’, ‘어디로 갈거나’, ‘누나의 얼굴’ 등) 앨범 및 김민기와 함께 1970년대 대학가요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기수 작곡가의 ‘송광복’(왼쪽), 이상규 작곡가의 ‘대바람소리’, 황호준 작곡가의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다’ 악보.

이상규 역시 활발한 작곡 활동과 더불어 지휘자로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인물로 1978년 대금협주곡 ‘대바람소리’를 발표했는데 신석정의 시(詩) ‘대바람소리’에 나오는 ‘어찌 제왕의 문에 듦을 부러워하랴’ 라는 구절에서 감동을 받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국악창작의 2세대들은 ‘작곡자의 시대’라고 할 만큼 단연 국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세대들이다. 우리는 국악 작곡가의 세대 구분을 통해 창작국악의 변화 과정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1세대와 2세대 그 이후의 작곡자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즉 2000년대 초반부터 주로 활동한 작곡자들(20년)에 관한 세대 구분을 명확히 해줘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20년 사이 작곡자들의 활동의 범위는 더욱 다양해졌으며 국악 연주 단체에서 정기연주회를 통한 작품 위촉·초연을 통해 그들의 가치나 음악적 수준은 대단히 높은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들을 3세대의 작곡자로 구분 할 수 있다고 본다. 주요 작곡자로는 김대성, 김성국, 강상구, 계성원, 황호준, 조원행 등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3세대의 작곡자들은 뮤지컬 및 영화음악, 오페라, 재즈, 발레음악,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넘나드는 능동적인 작곡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새로운 창작을 통해 국악 작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역할들을 해내고 있기도 하다.

3세대 작곡가 중 황호준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작곡가이다. 황호준은 국악관현악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관현악 기법적 실험과 표제에 집중해서 음악적 정서를 만들어 낼 때로 구분해 곡을 쓴다’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시(詩)에 관한 곡을 만들 때는 시상에 내재된 정서를 국악관현악의 음향에 담아내려는 일종의 표제 음악에 집중한 작품으로 실험적 관현악적 기법은 최대한 자제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 중 관현악 기법적 실험에 집중한 곡으로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위촉 초연한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다’이며 기법적 실험, 표제적 정서를 형상화해 만든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위촉 초연한 ‘바르도’라고 한다.(2019년 5월13일 황호준과의 대화 중)
김선희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단원

작곡가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며 신의 선물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창조력이란 천재성을 기반 하는 것이다. 악보 위에 한음 한음, 셈여림과 쉼표, 속도, 리듬의 변화로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다.

시대의 변화와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국악을 보여주기 위해 달려왔다. 그러나 국악의 창작을 통하여 국악기의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조합하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창작의 역사 만큼 변화하고 있는 현재 국악의 창조성은 어디까지가 맞는 것일까? 작곡가의 필력 속에 그 모든 것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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