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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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5·18이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5.15. 19:23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기억해주십시오.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주십시오. 광주의 아픔이 아픔을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2017년 5월18일 광주에 온 문재인대통령의 기념사다. 광주매일신문은 ‘광주정신으로 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달라’는 기념사에 화답하듯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9일 ‘전국의 5·18들-5·18의 현재와 정신계승’을 주제로 광주정신포럼을 개최하였다.

5·18의 진실을 알리려고 80년대를 치열하게 살다 숨져간 사람들, 숨죽여 지켜보며 무언의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 시대의 상처에 아파하고 흐느끼며 살았던 사람들을 조명했다.

모레가 5·18민주화운동 39주기다. 1980년 그날은, 광주에서 벌어진 신군부 세력의 권력찬탈을 위한 쿠데타였고, 그 내란음모를 관철시키기 위한 계획적 조직적 학살이었다. 당시 1980년 5월 광주의 저항과 투쟁은 고립되었고, 권력을 찬탈하고자 하는 군부의 총질에 스러졌지만, 광주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광주 학살의 상황을 알리고자 수많은 이들이 함께 싸웠고 광주와 함께 피눈물과 울분을 쏟아냈던 시간이었다.

1980년 이후, 대한민국의 저항과 투쟁은 다시 새롭게 시작됐다. 전국에서 5·18의 진상을 알리고 진실을 규명하여 책임자 처단을 요구하였으며,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집단 타도를 외치며 들불 같은 싸움들이 번져나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10년 저항으로 광주의 5·18은 전국의 5·18이 되었고, 대한민국 모두의 5·18이 됐다.

그런데, 진실을 왜곡한 군사반란 세력이 지역주의와 반공 프레임을 씌우고 극우세력이 이어받아 진실규명 물 타기, 폄훼와 왜곡, 질시가 지금 광주시민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발포 명령자 등 진실 규명은 아직도 제 자리 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5·18정신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 규범화도 진척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을 신속하게 재정립해 5·18진실을 바로세우는 일을 해야 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출범해야 하는, ‘5·18 진상조사위원회’도 오리무중이다. 진상조사위는 5·18 집단발포 경위, 최초 발포 명령자, 지휘체계 이원화, 헬기 기관총 사격·암매장의 실체, 군 자료 은폐·왜곡 경위, 1980년 5월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민간인 사망·상해·실종 등을 하루빨리 조사해 명명백백 세상에 진실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같아선 내년 40주년에도 조사위가 꾸려질지 모르겠다.

최근 미정보요원 출신 김용장씨는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발포 직전 광주를 방문해 시민군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을 했다.

지난해엔 전두환씨가 옛 전남도청 재 진압 작전 결정회의에 두 차례 참석해 사실상 작전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군 기록물이 공개됐고, 최근엔 전씨가 광주비행장에 다녀간 직후 첫 집단발포가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국방부 과거사위가 기무사에서 찾은 육군 제2군사령부의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 사항’에 ‘전(全) 각하(閣下) : 초병에 대해 난동 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명시돼 있는 점도 사실상 전씨가 자위권 발동 명목으로 발포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빨리 꾸려져 광주 항쟁의 정점에 있는 전두환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2월 여야합의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후 무엇을 했는가. 여야가 싸우는 사이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39주기를 맞고 있다.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5·18 왜곡 처벌법안’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39주기 기념식전까지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 전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간곡히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삿날을 맞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39년이 지나도록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미완으로 남아있다. 헬기 기총사격 여부,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보안사의 5·18 왜곡 및 조작 경위, 계엄군 성폭행, 학살 은폐 의혹까지 밝혀내야 할 진실이 너무 많다.

이제 광주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 관용과 배려는 폭언과 폄훼로 돌아왔다. 더는 피할 수 없다. 한국당은 당장 객관적인 진상조사위 구성과 조속한 정상가동에 협조하라. 민주당은 더 이상 진상조사위 구성을 방기하지 말라.

필자에게 5·18은 여전히 읽기 고통스러운 텍스트다. 매년 5월마다 피울음과 분노, 아픔, 고통이 새싹처럼 돋아난다. 분명히 말하건대, 5·18은 국가와의 관계에서 민중이 겪은 역사적 고통과 좌절이다. 그러나 5월 광주시민이 목숨 바쳐 이룩한 생명공동체의 빛나는 성취와 일치하지 않는 한, 광주의 아픔은 멈출 수 없다.

끝나지 않는 우리 모두의 고통, 그래서 5·18은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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