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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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반지
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
제주퇴허자명상원장

  • 입력날짜 : 2019. 06.13. 18:43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이나 일월성신(日月星辰)이 떴다지는 것은 대자연의 윤회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물건이 다시금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내 앞에서 사라진 물건이 다시 돌아왔으니 참으로 기이하고 신기하기 짝이 없다. 마치 죽은 사람이 돌아온 듯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던지 모른다. 꽤 오래된 얘기지만 잃어버렸던 지갑이 어느 양심적인 사람에 의해서 되돌려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내 곁을 떠난 물건이나 사람들이 좀처럼 되돌아오는 일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던 터라 다시 만난 지갑을 소중히 생각해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다독거리면서 지금은 서랍 속에 잘 간직해 놓고 가끔 한 번씩 만나보곤 한다.

그런데 엊그제 전혀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고 체념했던 그 예쁜 녀석이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 녀석의 이름은 황금빛 18k 만자(卍字)반지이다. 불가에서 만자(卍字)는 부처님 가슴에 새겨진 우주 대길상의 표시여서 사찰을 표기할 때 주로 쓰여지는 일종의 불교를 상징하는 이니셜(initial)이다. 이 반지는 내가 20여 년 전 전남 화순 호산마을(장애인시설)을 운영할 당시 장애우 가족들에게 혹시 어딜 가더라도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위해 ‘길찾기’ 표식으로 각각 선물했던 것인데 덕분에 똑같은 것으로 내 것도 하나 만들어 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반지를 잃어버렸고 수 년이 지나서야 호산마을 사무실을 청소하다가 다시 찾게 돼 한 동안 끼고 있었는데 또 다시 제주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었다. 솔직히 이제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할 전우인양 아예 잊고 있었는데 글쎄 이 녀석이 제주퇴허자명상원 주차장 그것도 자갈밭에서 얼굴을 뾰족이 들어낸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고 무척 반가웠다. 사실 나는 그동안 내 측근들로부터 많은 이별을 감수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상하게도 잘 대해준 사람일수록 속절없이 내 곁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보다 돌과 나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은 돌봐주어도 떠나지만 돌이나 나무는 내가 놓아두고 심어놓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슨 기연(奇緣)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내 곁을 떠났던 황금이(만자반지)가 다시 돌아왔으니 내가 이 녀석을 어떻게 돌봐줘야 할까? 우선 먼저 무명지가 아닌 중지손가락에 자리를 베풀어 최고예우로 대우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녀석은 변치 않는 황금빛을 발하며 날보고 웃고 있다. 마치 이제는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결심이라도 한 듯 그동안 무심히 떠나버린 사람들을 대신하여 내게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황금이는 날보고 예쁜 미소를 던지고 있다.

세상사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니 만나고 헤어짐은 사실 밥 먹고 차 마시는 다반사(茶飯事)외 다름이 아니지만 인생유정인지라 그저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섭섭한 것은 고금동서에 둘일 수가 없다. 평생 고락을 함께 하던 천생연분도 때가되면 잡았던 그 손을 놓지 않을 수 없고 나와 더불어 백년을 기약했던 이 몸도 떠날 때가 되면 겨우 눈물 한 방울로 이별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그래서 인생살이 특별한 교훈은 별것 아니다. ‘있을 때 잘해!’ 이 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사랑이란 세 잎 클로버처럼 이해와 용서 그리고 책임이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라도 빠지게 되면 사랑은 멍이 들고 금이 가는 것, 사랑은 그래서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평소 다정한 말과 일용할 양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함은 물론이요 항상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마음에서 사는 동물이다. 내 집에 키우는 강아지도 밥만 준다고 건강하게 자라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따스한 국물도 함께 준비해 줘야 한다. 사랑이 식물이 아니고 동물임을 깨닫게 될 때까지 꽤나 많은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쯤 돼야 인간은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금이야! 이젠 내가 세상 뜰 때 까지 항상 내 곁을 지켜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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