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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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장군묘소와 보리 달마상(像)
박돈희
전남대 명예교수회 회장
(신재생에너지나눔지기 대표이사)

  • 입력날짜 : 2019. 06.17. 18:33
무등산은 언제나 좋다. 계절이 따로 없다. 이렇게 좋은 산을 150만 인구의 도시가 끼고 있으니 무등산은 광주시민의 복을 받은 듯하다. 대학에 재직할 때 외부 특강인사를 모실 경우 행사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손님을 모시고 40여분 가량 자동차로 무등산 드라이브를 한다. 누구나 경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무등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요즘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어 많은 애호가들이 주말이면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산 이름도 무등(無等)이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상하가 없으며 포용하는 그런 산인 듯하다. 이런 명산 속에 좋은 명당 역시 수없이 많겠으나 필자의 맘속에 간직하는 명당 한곳이 있다. 바로 정지(鄭地,1347-1391)장군을 모신 사당 경렬사가 자리 잡은 곳이다. 그곳에서 동남방향을 올려다보면 저 멀리 무등산 정상이 아른거린다. 이곳으로 발걸음을 하면 새벽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햇살이 반긴다. 초저녁에는 고요하고 도시속의 산속 맛까지 즐길 수 있어 좋다.

정지장군은 고려 말 장군이다. 장군에 대한 기록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본관이 하동이며, 시호는 경렬(景烈)이다. 나주에서 태어나서 고려공민왕 23년 중랑장을 거쳐 전라도 안무사가 돼 왜구를 토벌하고 수군창설에 이바지해 대한민국 최초의 수군제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정지장군은 또한 순문사, 해도원수를 역임했다. 1383년 우왕 9년 왜구가 배 120척을 앞세워 남해 관음포만으로 침략했으나 정지장군의 화포공격으로 격퇴한 승전을 관음포대첩이라고 한다. 최영장군의 홍산대첩, 최무선장군의 진포대첩 그리고 이성계장군의 황산대첩과 함께 고려 말 왜구를 격퇴한 4대첩으로 꼽힌다. 광주시 동구에 2개의 도로 이름이 충장로와 금남로가 있는데 그 중 금남로가 정지장군의 9대손 금남공 정충신 장군의 시호를 붙였다고 한다. 정지장군의 가문을 기리어 금남로라고 칭하고 있으니 우리지역 중요한 도로이름이 일본침략을 무찌른 승전의 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지 장군묘소 단지 앞에 돌로 만들어진 거북상과 보리달마상이 놓여 있다. 2개의 돌상의 제작연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2개 돌상이 얼마나 많은 해를 거듭하였는지 거북상과 달마상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아마도 이제 몇 년만 더 지나면 어렴풋한 모습도 사라질 것 같다. 유명한 묘소 앞의 거북상은 많이 봐 왔지만 묘소 앞에 달마상이 있는 것은 흔치 않은 듯하다. 통상 거북은 장수를 의미하고 있다. 그 후손이 자자손손 장수하길 기원하는 뜻이 깃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정지장군묘소 앞에 있는 보리달마상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로 투영되고 있을까? 달마는 부처의 심적 가르침에 입문 하는 방법으로 선(禪)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의 일파를 선종이라고 한다. 달마제자 담림의 자료에 의하면 도에 들어가는 방법은 이로 들어가는 이입(理入)과 행으로 들어가는 행입(行入)이 있다고 한다. ‘이’로 들어가는 것은 경전에 의해서 그 근본정신을 파악하고 무릇 살아 있는 것 모두의 평등한 본성을 믿어, 벽과 같이 스스로의 마음을 관(觀)해 자신과 상대가 둘이 아님을 깨닫고, 진실의 도리와 명합(冥合)해 차별 없이 적연무위(寂然無爲)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행으로 들어가는 것은 보원행(報怨行)·수연행(隨緣行)·무소구행(無所求行)·칭법행(稱法行)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3월26일 광주 시정자문회의가 창립됐다. 그동안 광주시민대상 역대 수상자가 136명이다. 이중 77명이 참석해 시정에 대한 자문,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가 창립된 것인데 이 단체를 이끌어 낸 이용섭 광주시장의 발상이 창의적이고 시의적절하다. 자문 내용은 광주 발전을 위한 시 중요정책에 대한 자문, 시정의 중요사항에 대한 건설적 정책대안 모색, 시민의 이익과 편의 증진을 위한 개선방안 제시, 시정현안, 복합 민원사업 등의 해소방안 논의 등 다양한 의견 개진이 될 것으로 본다. 5월20일 제1차 회의 안건 중에 안중근 숭모비 이전 건이 있었다. 회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광주중외공원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지장군 경렬사 묘소에 있는 거북상과 보리달마상이 알아보기 어렵게 퇴색되어가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금년 11월19일 628주기 숭모제 행사에 앞서 훼손된 거북상과 달마상 복원 문제도 시정자문회의에서 다루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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