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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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딜레마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

  • 입력날짜 : 2019. 07.22. 19:14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노인연령 상향 조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화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노인연령 상향 조정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조급하게 서둘러 결정할 사안은 아닌 듯싶다.

대한민국은 2018년 8월 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만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2000년 7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후, 세계적으로 최단기간인 18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리고 2025년이면 인구 10명 중 2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기대 수명의 연장과 출산율 하락에 기인한다.

그런데 인구 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된다는 것은 인구 절벽의 시작과 함께 노동력과 생산성 감소를 의미해 경제 성장도 덩달아 위축된다. 또한, 노인 인구 증가는 사회 보험 같은 지출을 늘려 국가 재정이 타격을 받게 되고, 복지기금 충당을 위해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잃어버린 20년은 초고령사회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처럼,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는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 생활 실태 및 복지 욕구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3%가 노인연령 기준은 70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응답했고, 7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도 31.6%나 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선진국은 여전히 노인 기준연령을 65세로 정하고 있고, 67세인 나라는 호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정도가 있을 뿐이다. 70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아직 없다.

현재 노인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찬성의견과 65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찬성론자들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보편화하고 있는 오늘날,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 노인 기준연령을 높이면 현재 노인 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이 바뀌고 이는 곧 노인 복지 축소로 이어져 노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개시연령 61세 사이에 8년이란 소득 절벽기는 물론 기초연금 수급 개시연령까지 13년의 시차가 생겨 가뜩이나 어려운 장년층까지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기 전에 ‘정년 연장’은 물론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청년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한 지금, 60대 이후 가질 수 있는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단순노무직이다. 어차피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경제 환경에서 사전 대책 없이 노인 기준연령만 상향 조정해봐야 연금 받는 시기만 늦춰 정부 불신과 함께 국민적 저항만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을 위해서는 노인의 삶에 대한 가치 존중,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과 연대가 먼저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 MB와 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110조 원이 훨씬 넘는다. 그러나 투자 대비, 성과는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이었다. 일회성 생색내기 정책으로 일관한 당연한 결과다.

현 정부는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사탕발림의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아닌, 청년은 물론 노인 등 이해 당사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확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으로 GDP의 1%를 쓰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의 4배인 GDP의 4%를 예산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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