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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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5)광양 하조마을
호남정맥 가장 아랫마을…자연과 공존하는 산촌 고로쇠·두릅·더덕 등 임산물 풍성
지난해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 백운산 둘레길·성불계곡·성불사에
영험한 ‘용란송’까지 이야기 가득 아로마테라피 박물관·해달별천문대
천천히 즐기는 ‘자연의 선물’ 행복

  • 입력날짜 : 2019. 09.09. 18:20
하조마을 용란송. 수령 150년 이상된 나무가 돌을 품고 꼬여 있는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광양 하조마을은 산 아래 첫 동네다. 호남정맥의 가장 아랫부분인 봉강면에 위치해 있으면서 백운산 형제봉 아래 성불계곡과 반월계곡을 품에 안은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살아가는 작은 산촌마을이다. 마을 생김새가 새의 부리를 닮아 ‘하조마을’로 불렸으며,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다랭이논이 많아 전라도말로 ‘산달뱅이 마을’로도 불렸다. 백운산의 도솔봉, 새재, 형제봉 아래 자리 잡은 생태마을이기도 하다.

◇용란송 앞에서 소원을 말해봐요

하조마을엔 마을의 상징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용란송. 이 나무가 그렇게나 영험하다고 전해진다. 수령 150년 된 나무가 품고 있는 용의 알. 나무가 돌을 품고 꼬여있는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이 알에 간절한 바람을 빌면 기특하게도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용란송에 전해온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오랜 옛날 조풍치란 선비가 공부를 하다가 몸이 허약해 백운산을 찾아와 고로쇠 약수를 마시게 됐다. 몸을 추스린 선비는 하조마을 위에 위치한 상조 마을 중턱 주막집서 머물게 됐다. 주막에는 음전이란 처녀가 있었다. 음전이는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계모와 계모가 데려온 초선이란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조풍치는 인물이 어여쁘고 마음씨가 고운 큰딸 음전이를 사랑하게 됐다.

어느 날 초선과 엄마가 읍내 장에 간 틈을 타 조풍치는 음전이와 동침을 해버렸다. 이에 둘이는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계모는 음전이를 마을 앞 계곡에 밀어버리고, 정작 혼인식에는 초선에게 원삼 쪽도리를 씌워 식을 올리고 신방에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비밀은 없는 법. 이때 부엌에서 밥을 하는 아낙이 이 일을 알고 저녁상에 젓가락을 다른 짝을 놓아주니 조풍치 하는 말 “젓가락이 어찌 짝이 맞지 않구나”. 그러자 밥상을 가져온 아낙이 “서방님 어찌 젓가락 짝은 안 맞는걸 아시면서 새 각시가 안 맞는걸 왜 모르시나요”라고 말했다.
하조마을 전경. 하조마을은 산 아래 첫 동네다. 호남정맥의 가장 아랫부분인 봉강면에 위치해 있으면서 백운산 형제봉 아래 성불계곡과 반월계곡을 품에 안은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살아가는 작은 산촌마을이다.

그제서야 조풍치는 원삼 족두리에 가려진 초선을 발견하고 펄쩍뛰며 음전이를 찾아 산중을 헤맨다. 그때 누군가가 저 아래 소에서 음전이 옷이 보인다고 하니 조풍치는 말을 타고 소로 들어갔고 결국엔 죽고 말았다. 이때 주인을 잃은 말이 공포감에 얼마나 말발굽을 힘차게 뛰었던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발굽이 그 냇물에 찍혀있고 그때부터 이소는 말소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조풍치와 음전이를 한데 묻은 그곳에 소나무 한그루가 나더니 어느 날 부터 바윗돌을 안고 나무 몸통은 두 사람이 꼬여있는 형상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 모양새가 만삭이 된 임산부 모양을 띄고 있다.

이때부터 나무엔 아이를 낳지 못한 아낙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면 임신을 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가 하면 예부터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 나무에 제를 모시면 부부 사이가 좋아진다고 해서 많은 부부들이 찾아온다.

마을의 보물로 자리 잡은 용란송 덕에 마을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하조마을에선 잠시 쉬어 간다며 주민들은 이야기 한다.

◇사시사철 방문객 이어지는 장수마을

하조마을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장수마을이기도 하다.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찾아서, 여름이면 성불계곡의 시원함 속으로, 가을이면 백운산의 단풍구경, 겨울이면 단단하면서도 포근한 겨울산행을 위해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마을이다.
위부터 아로마테라피박물관, 해 달 별 천문대, 성불계곡, 성불사

이 곳엔 1시간 정도면 쭉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약 4㎞ 길이의 둘레길은 계곡을 따라 500m 쯤 걸으면 정겨운 담장이 먼저 반기고, 이에 질세라 계절에 맞게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길이 펼쳐진다.

특히 봄이면 쑥, 달래, 쑥부쟁이, 머위 등 봄나물이 발길을 붙잡는다. 제 아무리 길치여도 이곳에서는 길을 헤매는 법이 없다고 한다. 계곡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된다. 물 맑기로 소문난 광양 4대 계곡중의 하나인 성불계곡의 맑은 계곡물 소리를 배경음 삼아 걷다보면 묘한 짜릿한 감정이 올라온다. 하조마을 둘레길은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가 뿌듯한 마음을 가득 채워올 수 있는 곳이다.

2018년부터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하조마을에서는 마을의 자연환경이나 전통문화를 활용해 농촌문화체험과 휴양공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체험관인 달뱅이관에서는 매화꽃 비즈만들기는 물론 농산물 수확 및 가공체험, 시골밥상체험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2008년 산촌생태마을 지정을 계기로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결과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선정한 여행하기 좋은 우수 산촌생태마을에 뽑히기도 했다.

◇ 해달별천문대에서 밤하늘의 별을 잡다

하조마을에서는 백운산 계곡의 신비한 밤하늘 별들을 손에 쥐어 볼 수 있다. 해달별천문대에서 말이다. 천문대에서는 망원경을 이용해 해와 달 그리고 별을 관찰하는 체험과 반딧불이 생태를 살펴보는 생태체험이 인기다.

해달별천문대 바로 아래 위치한 아로마테라피 박물관도 하조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이곳에선 다양한 종류의 허브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에서 직접 채취한 허브를 이용해서 오일, 향초, 등은 물론 초콜릿과 음료도 만들어 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행복을 찾아 산촌으로 가보자

산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봄에는 새 생명을,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겨울에는 재미있는 놀 거리를 아낌없이 준다.

즐겁고 싶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산촌으로 가 보자.

산촌은 그 어느 곳보다 직접 느껴보아야 하는 여행이다. 보이지 않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이름 모를 꽃들의 인사는 여행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걸음이 조금은 느려도 좋다. 아니 느리면 더 행복하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풍경이요, 명화가 된다. 자연의 선물을 천천히 즐기는 게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산촌. 이 산촌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도시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최지영 자유기고가·광양=허선식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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