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월요일)
홈 >> 뉴스데스크 > 사회

명절 사투 택배기사 “가족 생각에 버텨”
최대 특수기, 평일 물량보다 3-4배 늘어나
분초 아끼며 배달…“말로 벤 상처 더 아파”

  • 입력날짜 : 2019. 09.10. 18:28
추석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10일 오전 광주 서구 내방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택배를 배송하기 위해 기사가 고군분투 하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옮길 땐 한숨 밖에 안 나오지만 그래도 가족 생각에 견뎌 냅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0일 오전 광주 서구 내방동 인근의 한 아파트 주차장. 직장에 출근한 주민들이 빠져나간 아파트 주차장은 대체적으로 한산했지만, 여러 택배회사의 차량들과 기사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5평 남짓한 아파트 경비실은 소형 물류 창고라고 말해도 될 만큼 추석 명절 택배로 가득차 있었다. 샴푸와 비누 등 생필품이 담긴 선물세트부터 사과와 배·굴비·한우 등 특산품들이 나름의 위치에 맞춰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택배 차량 안쪽에는 이제 배달해야 하는 물품들이 기사의 키 높이 이상으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화정동과 내방동, 쌍촌동 일대를 배달한다는 택배기사 이모(36)씨는 “명절인 특수기 때는 평일 택배 물량이 3-4배 정도 늘어난 상태다”면서 “분명 물량이 많아진 탓에 몸도 마음도 지치는 일이 다반사지만 가족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업무 노하우가 있어도 택배 업무는 해가 갈수록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결국 힘을 쓰는 일이기에 기사들도 나이를 먹으면 체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한 동의 배달을 마친 이씨는 물 한 모금으로 간신히 목을 적신 채 다른 아파트 동으로 이동했다. 혹여 오늘 할당량인 200여개의 물품을 제 날짜와 시간에 배달하지 못할까 봐 염려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가을 장마가 내린 이후 선선해진 날씨에도 물건을 싣고 옮기는 이씨의 이마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고, 회사 유니품의 등 부분은 이미 흥건히 젖어 있었다.

한참의 수고 끝에 차량에 가득 실은 택배 물량을 전부 배달한 이씨는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차량 문을 잠그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12년차 타 회사 택배기사 나모(49)씨는 “가끔은 근무 열악한 근무환경 보다 ‘사람’ 때문에 더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 했다.

나씨는 “일단은 무조건 먹고 살자고 시작한 일을 10년 동안이나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고된 노동에는 익숙해졌지만 사람을 통해 받은 상처는 익숙하지가 않다”면서 “배송이 늦으면 늦는다고, 빠르면 빠르다고, 관리실에 맡겨둔 택배 상자가 없어지면 기사부터 의심하고 본다”고 설움을 토로했다.

이어 “‘칼로 벤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말이 있다”면서 “결국 현실적인 복지는 경제적인 것이겠지만, 택배를 받는 시민들의 따듯한 미소와 덕담이 기사들을 더 보람차게 한다”고 미소지었다.

추석 명절은 연중 최고 택배 물동량이 배송된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배송에 나서는 기사들은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지금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문철헌 기자


문철헌 기자         문철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