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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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얼굴 없는 살인자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10.16. 18:16
가수이자 배우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유력 외신들도 “설리가 악플러들의 글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영국 ‘더 선’은 설리가 온라인 학대를 겪었다고 말하며 최근 설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노브라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더 선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브래지어 착용을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설리가 2014년 그룹을 탈퇴한 후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며 “매니지먼트와 까탈스러운 팬들이 그들의 스타들에게 가하는 압박과 정신 건강을 위한 지원 부족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3시21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설리의 매니저로 전날 오후를 마지막으로 설리와 연락이 닿지 않자 자택을 방문했다가 고인을 발견했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여러 매체의 보도와 경찰의 추정에 따르면 그의 죽음에는 온라인 ‘악플’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2015년 잠시 연예 활동을 중단했을 때도 자신을 향해 내뱉는 지나친 악플 공세에 정신적 부담을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을 무기로, 한 사람의 인격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며 수치심과 고립감을 증폭시키는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설리의 경우 탈코르셋을 지지하는 등 페미니스트적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여성 혐오의 악플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0월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탈퇴 과정을 설명하며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힘들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리는 사망 직전까지 스타들이 나와 악플에 대한 속마음을 밝히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피하지 않고 악플에 정면으로 맞서며 극복하려고 마지막까지 애를 쓴 것으로 보여 더욱더 안타까움을 준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인터넷상 악성 공격들이 설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악성 댓글(惡性댓글) 또는 악성 리플(惡性reply, 간단히 악플)은 사이버 범죄의 일종으로 인터넷상에서 상대방이 올린 글에 대한 비방이나 험담을 하는 악의적인 댓글을 말한다. 악성 댓글은 언어폭력으로, 근거를 갖춘 부정적 평가와는 구별해야 한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을 악플러(악플+er)라고도 한다. 악성 댓글은 상대방에게 모욕감이나 치욕감을 줄 우려가 있다. 악성 댓글은 법적으로 제한되기도 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보통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또는 형법에 의해 규제되었다.

근거 없는 비방, 인신 공격성 악성 댓글은 상대방에게는 정신적인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자살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댓글을 통한 허위사실유포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하고, 나아가 국제적으로 국가의 위상과 이미지를 떨어트리기도 하며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대체로 마녀사냥으로 흐르고 있어 대중의 집단적 광기가 엿보인다. 범위는 정치, 연예, 사회 등 다양하다.

그동안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많았다. 사회운동가 임수경: 2005년에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초등학생 외아들이 현지에서 사고로 익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임수경의 방북 전력과 관련하여 악성 댓글이 달렸다. 임수경은 댓글을 단 네티즌을 고소하였고, 이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배우 최진실은 “최진실이 안재환을 대상으로 사채업을 했다”라는 허위사실유포로 심리적 고통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따라서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가 부각되면서 이것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악성 댓글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악플은 계속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최근 뇌종양 및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도 “쑈하지마라”, “빨갱이 말 안믿는다”, “머리쓰느라 애쓴다” 등 악플이 달렸다.

광주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SNS 상은 물론 구글과 유튜브에서도 5·18 가짜뉴스와 왜곡·폄훼 정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5·18민주광장은 ‘폭도발광장’,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는 ‘5·18폭동부상자회’라고 왜곡하고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리플이 달리는 등 5·18관련 단체와 장소 6개소에 대해 악성 댓글이 달려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하의도에 대한 설명에서도 ‘홍어 근친 사생아’라는 명예훼손적 발언, 세월호 선체가 존치된 목포신항만거치소에는 ‘시체팔이’라는 표현이 달렸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설리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악플과 악플의 상업화가 불러온 희생자며 어쩌면 가해자는 이를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 인터넷포털, 언론사 사이트,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악플 문제를 공론화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대로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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