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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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무안공항’ ‘무안/광주공항’ 다 괜찮지 않은가?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 입력날짜 : 2019. 10.22. 18:34
최근 광주시가 전남도에게 무안공항 명칭 변경을 요청했다. 2021년까지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한다는 광주시와 전남도 간 합의사항 후속 작업 차원이다. 광주시 제안에 전남도 반응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썩 기분 좋지 않을 듯싶다. 공항 통합을 위한 구체적 협의보다 명칭 변경을 불쑥 꺼내 든 광주시 처사(處事)가 못마땅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양 시도는 ‘상생’을 말하면서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지 않는가.

무안공항 명칭 변경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꽤 오래됐다. 광주공항 기능을 무안으로 통합하고 공항 이름도 바꾸자는 제안은 무안공항 개장 때부터 나왔다. 필자도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광주공항 기능을 무안으로 순차적으로 옮기고 공항 이름도 ‘광주/무안공항’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광주일보, 2007년 10월26일자).

2008년 6월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민주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무안공항에 ‘광주’를 넣은 ‘광주-무안국제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작고한 김재균 전 국회의원은 박 시장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안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광주시와 전남도의 이해관계 속셈 때문에 관련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2018년 8월 이용섭 시장은 광주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으로 통합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잘 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도는 광주시 의중(意中)을 의심한다. 역대 광주시장이 정치적 수사(修辭)와는 달리 공항 통합에 소극적이었고 공수표를 날렸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상생’을 그렇게 강조했던 윤장현 전 시장도 광주시민 불편을 이유로 공항 통합에 소극적이었지 않는가. 그러니 광주시가 공항 통합에 합의했다고 해도 전남도 입장에서는 ‘무슨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할만하다.

하지만 공항 명칭 변경 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일부 언론이 광주시가 요청한 명칭 변경을 ‘논란(論難)’이라 표현했다. 틀리지 않지만 필자는 ‘논란’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 본다.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는 과정에 명칭 문제는 필히 등장할 뜨거운 이슈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차피 해결할 ‘이슈’라면 빨리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광주시 요청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무엇보다 공항 통합이란 대전제에서 무안공항에 ‘광주’를 넣자는 주장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렇다면 세계 항공교통 본향(本鄕)인 미국 사례를 살펴보자. 무안공항 명칭 변경에 참고가 될 것이다. 미국 공항 명칭은 세 유형이 일반적이다. 공항이 위치한 도시명을 사용하거나, 도시명에 특정 인물 이름을 덧붙이거나, 복수 도시명을 공항 이름으로 사용한다. 첫 번째 유형이 대부분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 60대 공항(2018년 탑승객 기준) 중 복수 도시명을 사용하는 공항은 6곳이다.

미국에서 공항 규모 4위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은 텍사스주 댈러스와 포트워스 사이에 있는데, 포스위스는 댈러스보다 도시 규모가 훨씬 작지만 공항 이름에 두 개 도시명을 함께 쓴다. 8위 ‘시애틀/타코마 공항’은 델타 항공의 아시아편 허브(Hub)이자 시애틀 관문이다. 시애틀에서 23㎞, 타코마에서 29㎞ 떨어진 시택(SeaTac)시에 위치하지만 주변 대도시 ‘시애틀’과 ‘타코마’ 이름을 붙였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사이에 있는 17위 규모인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공항’도 두 도시명을 사용한다. 22위 ‘볼티모어/워싱턴 공항’도 마찬가지다. 메릴랜드주 애런델 카운티에 위치하고, 볼티모어에서 남쪽으로 약 14㎞, 워싱턴디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48㎞ 떨어져 있지만 주변 큰 도시 이름을 붙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 트라이앵글 관문 역할을 하는 39위 ‘롤리/더럼 공항’도 주도(州都) 롤리와 듀크대가 있는 더럼 중간에 위치해 두 도시 이름을 함께 쓴다. 49위 ‘신시내티/노던 켄터키 공항’은 켄터키주 커빙톤에 위치하지만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도시명을 앞에 붙였다. 미국 공항 중 복수 도시명을 사용하는 경우 대도시 이름을 앞에 놓은 게 특징이다.

일본에는 국제공항 5곳 명칭은 미국과 딴판이다. 도쿄 관문 나리타국제공항(지바현 나리타시)과 하네다공항으로 알려진 도쿄국제공항(도쿄도 오타구)은 해당 도시명을 쓴다. 국내선만 취급하는 오사카국제공항(일명 이타미공항)도 공항시설 상당부분이 효교현 이타미시에, 일부는 오사카부(토요나카시)에 속하지만 오사카라는 대도시명을 쓴다. 반면 오사카 관문 간사이국제공항은 오사카부(大阪府)에 속하는 3개 도시(泉佐野市, 泉南市, 田尻町) 이름 대신 간사이(關西)라는 지역명을 쓴다. 아이치현 도코나메시에 위치한 주부(中部)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무안공항 명칭에 ‘광주’를 넣은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미국과 일본 사례는 이를 웅변한다. 때문에 전남도는 무안공항 명칭 변경을 요청한 광주시 제안을 수용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합당하다. ‘광주/무안국제공항’ ‘무안/광주국제공항’ 다 괜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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