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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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조 슈퍼예산, 민생이 우선이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10.23. 18:59
국회가 513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선 ‘슈퍼예산’으로, 정부의 재정확장을 두고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민생·개혁과제 추진을 위해 정부 예산안이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 예산안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남북협력, 일자리 등 퍼주기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더군다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처리 문제와도 얽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예산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혁신·포용·공정·평화 등 4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과감한 재정은 대외충격의 방파제가 되고 경제활력의 마중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어려운 상황이 분명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이 2.0-2.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2.4-2.5% 성장률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그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과 여건이 어렵다. 전문가나 민간 경제예측기관들은 2%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감소 폭이 여전해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현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 경제여건 악화로 소비가 둔화하고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꺼리는 등 민간의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돼 있어 최후의 보루인 재정 동원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회가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513조나 되는 예산 중 내 지역구에 얼마를 가져갈 것인가에 혈안이 될 것 아니라, 불어나는 만큼 예산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 잠재력이나 경기 활성화 등 성장 경로 회복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분이 됐는지 철저히 따져 낭비 요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년의 경우 정작 예산 심사는 얼렁뚱땅하면서 세비를 올리는가 하면, 지역구 예산을 따내기 위한 ‘쪽지 예산 품앗이’를 하는 등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예산 늘리기에만 혈안이 되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어려운 살림 규모인 만큼 현미경 심사로 불요불급한 예산을 쳐내 진짜 예산이 필요한 부분으로 돌리는 등 혈세 낭비 요인을 철저하게 검증함으로써 제대로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 달라.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늘어난 예산 가운데 47%가 보건·복지와 노동 분야에 몰려 있다.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안의 35%가 넘는 총 181조 5703억원에 달하며 특히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1.3%나 늘어난 25조7697억원이 배정됐다. 이와 달리 생산성 향상을 견인할 연구 개발 분야에는 17.3% 늘어난 24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엄혹하다. 경기 둔화로 연구기관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한데 이어 정부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국가예산안이 시들어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심사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직과 열정이 가미되어야 한다.

20대 국회는 법안 통과율이 역대 최저인 30.5%로 ‘일 안 하는, 일 못하는 국회’였다. 세비 반납은 물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요구가 20대 국회에서 유독 뜨거운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안을 꼼꼼히 따져 취약계층의 복지수준을 높이고 경제활력의 디딤돌을 마련해야 한다. 확실히 감지되는 상태에서 빨간불이 켜진 한국경제의 현실을 직시하면 균형적 재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재정 확장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부작용은 철저한 대비를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들도 추석 민심을 전하면서 국민이 경기침체로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해서 바란다. 국회는 부실 심사 오명을 쓰지 않도록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여야간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판에 벼락치기 심사를 했다간 경제위기 마중물 역할을 하기 어렵다.

특히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약속했으니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꼭 지키기 바란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에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됐는데도, 첫해를 제외하고는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한번도 없다. 국회 먼저 약속을 지켜야 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 심사는 제발 무사히 잘 끝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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