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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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검은목두루미 겨울서식지 포브지카계곡을 걷다

  • 입력날짜 : 2020. 03.10. 18:04
해발고도가 3천400m에 이르는 라왈라고개에 도착하니 멀리서 다가오는 설산들이 장엄하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뻗어 나온 5-6천m대의 설산들이 구름과 숨바꼭질하며 산 높이를 뽐낸다.
험준한 산비탈을 따라가는 길은 구절양장(九折羊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도로는 부탄 동부지역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라서 차량통행이 적지 않다. 종종 동부지역에서 오는 시외버스를 만나기도 한다. 지붕위에 짐을 실은 버스의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가파른 산에는 삼림이 울창하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숲은 한 겨울에도 진한 녹색을 띤다. 부탄 헌법에는 ‘삼림 면적은 영구히 국토의 60%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부탄의 실제 삼림면적은 70% 가까이 된다.

동부지역으로 가는 도로와 헤어져 강테이(Gangtey)와 포브지카(Phobjikha)로 가는 라왈라고개(Lawala Pass)를 넘는다. 해발고도가 3천400m에 이르는 라왈라고개에 도착하니 멀리서 다가오는 설산들이 장엄하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뻗어 나온 5-6천 m대의 설산들이 구름과 숨바꼭질하며 산 높이를 뽐낸다.

라왈라고개를 넘어 강테이(Gangtey)마을에 도착했다. 강테이마을은 강테이사원과 이웃하고 있는 마을로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강테이마을 입구에서 포브지카계곡(Phobjikha Valley) 트레킹을 시작한다. 2시간 정도 걸리는 포브지카계곡 트레킹은 겨울철 해외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내려가는데,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산 아래로 넓은 밭이 형성돼 있다. 좁은 계단형태의 다랑논으로 이뤄진 부탄의 일반적인 농경지와 달리 이곳은 완만한 경사지와 넓은 밭이 풍요로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곳 주민들은 넓은 밭과 초지에서 감자, 고구마를 재배하고 소를 키우며 살아간다. 포브지카 지역은 감자와 고구마 최대산지다.

길을 걷다가 부탄 스님 두 분을 만났다. 근처 절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이다. 스님들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면서 도반이 된다.
길을 걷다가 부탄 스님 두 분을 만났다. 근처 절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이다. 젊은 스님 두 분은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들을 밝고 스스럼없이 대해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로 응수한다. 한국영화를 보면서 익힌 짧은 한국어란다. 스님들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면서 도반이 된다.

길 가운데 서 있는 작은 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는 길은 그윽하고 한가하다. 산길 아래로는 포브지카계곡이 넓게 펼쳐진다. 해발 3천000m 높이에 있는 포브지카계곡은 빙하가 만든 U자형 계곡이다.

계곡은 산으로 둘러싸여 넓은 분지를 이루고, 넓은 분지에는 습지와 초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 가운데로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사행천(蛇行川)이 흘러간다. 이곳은 람사르협약 등록습지로 보호되고 있다.

길을 걷던 가이드가 갑자기 하늘을 보라고 한다. 검은목두루미가 날아간다. 천혜의 풍광을 지닌 이곳 포브지카 계곡에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조류 가운데 하나인 검은목두루미들이 찾아온다. 매년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 티베트고원에서 살던 검은목두루미들이 혹독한 겨울추위를 피해 이곳으로 날아온다. 포브지카계곡에서 한겨울을 보낸 검은목두루미는 날씨가 따뜻해진 3월에 다시 티베트로 돌아간다.

검은목두루미는 티베트고원에서 떼지어오면서 포브지카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강테이사원을 한 바퀴 돌고는 이곳 습지로 내려온다고 한다.

봄에 티베트로 떠나갈 때도 강테이사원을 돌고나서 하늘 높이 날아간단다. 검은목두루미들도 불심(佛心)이 깊은가 보다.

원두막처럼 지어진 전망대에 서니 포브지카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원두막에는 룽다가 휘날리고, 바로 앞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마니달도 세워져있다.
원두막처럼 지어진 전망대에 서니 포브지카계곡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원두막에는 룽다가 휘날리고, 바로 앞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마니달도 세워져있다. 포브지카(Phobjikha)는 말 그대로 무릉도원이다. 사방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넓은 초원과 사행천, 그리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아닐 수 없다.

포브지카계곡의 너른 분지를 바라보며 걷고 있으니 어느새 내 마음이 소박하고 평온해진다.

내 영혼이 거대하고 신비한 자연에 동화돼가는 듯하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바람소리뿐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하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된다. 부탄스님들과도 오랜 친구처럼 포즈를 취하고 껄껄껄 웃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돼 길을 걷는다.

포브지카 마을이 가까워지자 산자락 언덕에 작은 쵸르텐 한 기가 포브지카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산자락 언덕에 작은 쵸르텐 한 기가 포브지카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마을이 가까워졌다. 우리를 태우고 갈 승합차와 스님들을 태울 승용차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맑은 영혼으로 만난 스님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차량을 이용해 우리가 걸었던 길 건너편 산비탈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했다. 지대가 높은 리조트에서 바라보니 블랙마운틴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 앞으로 포브지카계곡의 넓은 분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분지 뒤로 조금 전에 걸었던 산자락이 정답게 다가온다.

숙소에 들어가니 장작난로가 놓여있다. 방문 앞 복도에 난로에 들어갈 장작과 불을 붙이는데 사용할 톱밥이 준비돼 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니 방 기온이 따뜻해진다. 벽난로를 옆에 두고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포근한 별장에 와 있는 것 같다. 저녁식사 후 타닥타닥 화롯불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든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날씨가 화창하다. 어제 구름에 뒤덮였던 산봉우리들이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그림을 그려놓았다. 블랙마운틴과 포브지카계곡의 넓은 초지, 산자락에 둥지를 튼 마을들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그림이 된다.

오늘 첫 방문지는 두루미센터다. 두루미센터는 검은목두루미가 겨울을 보내기 위해 머무는 포브지카계곡 습지를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니 몇 십 마리의 두루미들이 습지에 앉아 먹이를 찾고 있다.

포브지카의 겨울철새 검은목두루미를 보호하고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부탄정부에서 두루미센터를 만들었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강테이사원에서는 포브지카계곡을 이룬 분지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넓은 습지와 초지, 큼직한 밭, 그리고 산비탈에 기대고 있는 민가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강테이곰바는 강테이마을과 포브지카마을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주는 사원이다. 중앙에 있는 법당건물은 300년 전에 창건됐다. 건물 밖으로 4면에 마니차가 있어 법륜을 돌리며 한 바퀴 돌고나서 법당 안으로 들어가 예불을 드린다.

우리는 강테이사원을 가기위해 포브지카 분지를 지나 울창한 숲길로 들어선다. 짙푸른 숲 가운데로 난 산길을 따라 언덕위로 올라서니 강테이사원(Gangtey Goemba)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다. 강테이곰바는 강테이마을과 포브지카마을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주는 사원이다.

중앙에 있는 법당건물은 300년 전에 창건됐다. 건물 밖으로 4면에 마니차가 있어 법륜을 돌리며 한 바퀴 돌고나서 법당 안으로 들어가 예불을 드린다. 강테이곰바는 예불공간으로서의 법당뿐만 아니라 수행하는 선원, 스님들을 양성하는 승가대학 기능까지도 한다.

포브지카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강테이사원에서는 매년 11월 검은목두루미가 이동하는 때에 맞춰 축제를 연다. 축제는 성스러운 가면무용과 전통 민요와 민속춤을 추며 마을주민과 스님들이 함께 어울려 3일간 진행된다.

강테이사원 옆에는 강테이마을이 있다. 높은 언덕위에 있는 강테이사원에서는 포브지카계곡을 이룬 분지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넓은 습지와 초지, 큼직한 밭, 그리고 산비탈에 기대고 있는 민가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풍요롭고 넉넉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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