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2일(수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화가 한희원의 친구들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 입력날짜 : 2020. 07.02. 18:58
살아가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누군가는 밥이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명예나 지위라고 할 것이다. 뭐, 어떤 대답이건 간에 오답일리는 없다. 가치관의 문제이니 어떤 대답인들 또 어떠하랴. 그러나 일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무엇을 보고 가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뜻밖의 초대를 받아 지난 일요일 어느 공연에 다녀왔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김냇과’ 2층이었다. 그곳에서 한희원 선생의 전시를 기념하는 공연이 있었다. 공연은 소박하고 정겨웠다. 알고 보니 그의 친구들이 기획하고 추진한 공연이었다. 한 선생은 지난해 1년여간 조지아공국 트빌리시에서 살았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400여점의 그림과 함께 광주에 돌아왔다. 그림 중 300여점을 김냇과 지하1층과 2층에 전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걸 한 선생과 함께 문화동호회 활동을 해온 친구들이 공연판을 벌이며 한 선생이 애썼던 1년에 누구보다 박수를 크게 쳐주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었다. 한 선생이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창작해온 시를 이번에 한데 묶어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그 중 상당부분이 트빌리시에서 지어낸 시다. 그 중 몇편을 친구들이 시낭송으로 애잔하게 또는 힘차게 들려주었다. 그가 트빌리시에서 외로움에 지치면서도 삶과 예술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시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어떤 시는 아마추어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직접 성악으로 불러주기까지 했다. 시민예술가 박방원 선생이 불러준 ‘만개’였다.

가슴 뜨겁거나 눈시울이 붉혀지는 순간이 있었다. 관람객들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한 선생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감동이었을 게다. 가슴 뻐개지는 기쁨과 행복이 번졌을 성 싶다. 그가 트빌리시로 떠난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너무나 번잡한 삶의 한 가운데 있었다. 삶이 그를 회오리쳤다. 그러나 피할 길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수많은 미팅과 회의,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프로젝트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 떠밀리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이들이 나섰다. ‘한희원을 여기서 건져내주어야 한다’ 절대로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모아졌고 예닐곱 명이 뜻을 모아 후원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한 선생은 1년여 간의 꿀맛 같은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트빌리시로 갈 수 있었다.

거기서 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했다. 그게 가능했다. 번잡한 삶을 피해 간 그곳에서 한 선생이 마주한 것은 극심한 외로움. 생각지도 못했던 외로움을 대면하고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리고 시를 짓는 일이었다. 지난해 연말 귀국길에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수십편의 시와 400여점에 달하는 그림이었다. 그 것들을 김냇과에 걸고 시낭송의 시간을 가졌던 참이다. 외로움의 막다른 골목에서 그는 창작을 마음껏 해제꼈다. 자유로움의 붓질로 행해진 작품들이 7월7일까지 김냇과에서 전시되고 있다. 인물화와 정물화가 상당수에 이른다. 학창시절에 했던 소묘형태로 그렸다는 그림들이 기존의 그림과는 또 다른 품새로 관람객들의 가슴에 다가든다. 그곳의 풍물과 거기서 살아가는 이들의 표정을 잡아낸 선생의 붓터치에서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그 모든 게 선생을 사랑하는 지인들의 마음에서 이뤄진 일이다.

얼마 전 광주문화재단은 이동순 조선대교수를 초청해 ‘근대 광주 사람들-근대 광주의 노블레스’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나 근대 광주란 시공간에서 광주는 너무나 훌륭한 이들이 많았다. 가진 이들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힘들고 고단했던 시절을 함께 했던 이야기였다. 정낙교, 최명구, 지응현, 최흥종, 최원순, 서민호 등 광주의 근대를 통과하며 온 몸으로 광주사람들을 챙겼던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저절로 숙연해졌다. 이처럼 나누고 함께 하는 정신이 바로 민주화를 이땅에 뿌리내리게 했던 광주정신이라는 결론 앞에서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지침이 되어주었다. 함께 하고 나누려는 광주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김냇과의 전시와 공연에서 다시 보았다. 살아가는데 부와 명예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마음 모으기’가 소중하지 않을까 가만히 읊조려 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