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화요일)
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나쁜놈들 전성시대
김종민
정치부장

  • 입력날짜 : 2020. 07.19. 18:11
나쁜 놈이 넘치는 판이다. 이들은 대체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인간형이다. 앞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뒤에서 하는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하다. 복종하는 체하면서 뒤에서는 비방하고 배신한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속물적인 성품을 지녔다.

제21대 국회가 지각 개원했다. 지난 5월31일 임기 시작 후 47일만으로 1987년 개헌 이후 최악이다. 직전 20대 국회가 여야의 저급한 당리당략에 역시 최악으로 손가락질 받은 터여서 기대가 컸지만, 어김없이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해 달라며 표를 준 국민들은 분통해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진흙탕 싸움장으로 변질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날이 치솟는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포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 관련 인사청문회 등 첩첩산중이다. 점잖은 말로 빗대 창과 방패의 대결이지, 한 편의 막장드라마가 불보듯 뻔할 것이다.

제1당인 민주당은 더욱 겸손해 하고 인내하면서 당연히 맏형의 자세를 보여야 하고,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원팀이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지나친 바람일까 싶다.

사정이 이러하니,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싹쓸이 지지를 보낸 광주·전남이 뭇매를 맞는다. 지난 4·15총선에서 왜 그랬을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조소 섞인 탄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에 대한 그 실망감이 더해만 가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한계는 술집 단골안주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바야흐로 엄중하다. 무엇보다 올해 1월 중순 발생한 코로나19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그동안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 자체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심지어 여름 휴가철을 지나 올 가을 대유행을 전문가들은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6개월,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가려면 먼저 체온을 측정하고 필요시 방문 기록까지 남겨야 한다. 그러나, 장기화 국면에서 나 몰라라 개인 방역에 소홀히 하는 일이 많아졌다. 고위험시설 모임 금지를 어기고, 자가격리 의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불성실한 역학조사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바, 당면한 코로나 시대는 언택트(비대면·비접촉)으로 통칭된다. 이럴 때일수록 타인을 배려하는 합리적 이성이 요구되는데,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 숨어 잘못을 모른 체 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독설적 감정만 배설한다. 일부는 가뜩이나 진보와 보수, 극단의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더 암울하게 부채질 하고 있다.

한국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한국식 느와르, 지난 2012년 개봉돼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떠오른다.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 마지막으로 한 탕 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주먹 넘버원과 로비의 신은 의기투합해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한다. 나쁜 놈 전성시대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익현과 형배, 이상으로 나쁜 놈이 많다. 21대 국회를 향한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민생 최우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원사에서 의원들에게 “국민 먼저, 국익 먼저, 국회가 먼저다”며 선국후당(先國後黨)의 당부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나쁜놈들 전성시대 포스터는 ‘폼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라고 묻는다.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는 주변 열강을 아우르며 폼 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다른 점은 ‘정정당당 코리아’다. 따라서 손꼽을 만큼 비열하고, 그리고 자기 합리화, 이기주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최후에 웃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그래서 ‘정의’보다 ‘권력’이 우선하고, ‘공공’보다 ‘사욕’이 앞서는 나쁜 놈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래서 말이다. 정치가 바로서야 대한민국이 산다. 코로나를 이겨야 대한민국이 뜬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서 말이다. 나쁜 놈, 부끄러움 부터 알 지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