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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김성후
세무사·경영학 박사
  • 2020. 08.12(수) 19:29
  • 재생 준비중

논어에 나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한 국가의 군주가 백성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뜻이다.

어느 날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스승인 공자가 말했다. “정치란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세 가지 중에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부터 포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라고 하였다. 공자는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은 백성의 신임이라고 하며 “백성들의 신임이 없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무신불립’이란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국민불만이 극심하다.

지난달 23일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2017년 5월-2020년 5월)간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52%(3억1천400만원)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무려 22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집값은 더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공급대책, 조세정책, 금융대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도시건설은 지역균형 발전과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공급 정책 방안으로 추진됐다. 1980년대 후반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 외곽에 5개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1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수도권 2기 신도시건설은 서울 강남지역 주택 수요 대체와 기능을 분담하는 성남판교·화성동탄·위례신도시가, 서울강서·강북지역 및 수도권 남부지역의 주택 수요 대체와 성장을 분담하며 12개 신도시가 건설됐다.

수도권3기 신도시개발사업도 인천·계양·고양 지역 등에 3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고자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서울 외곽지역 주택공급만으로는 서울 지역 내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에 질적,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정치권이 그린벨트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초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발굴을 해서라도 서울시내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발굴’이란 표현이 등장하자 급부상한 것이 바로 ‘그린벨트 해제론’이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아파트를 짓는데 대한 반대가 거셌다. 결국 문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검토되고 있는 다른 대안들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

민주당 원내 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서울에 남아있는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급등 논란이 정부와 여권에서 꺼내든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나오자 “부동산 정책의 혼선을 가리려 한다”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와중에 여권을 중심으로 ‘서울대 지방이전’ ‘서울대 폐지론’이 제기되자, 서울대생들의 반발 또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대가 집값 상승의 주범과 학벌 서열주의 원인으로 지목된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공기관이전 추진얘기도 나왔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금융경쟁력 강화는 생각하지 않고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도구로만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은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금융산업 전체에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해 정부의 동북아 금융 중심지 정책에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은 반발이 거세지자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유세와 양도세의 강화를 골자로 한 중과세 정책을 폈지만 주택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증세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규제 대책이 나오면 거꾸로 주택을 사야한다는 여론이다.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멀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진다. 정부는 시장도 살피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주거로드맵을 짰으면 좋겠다. 단기적으로는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시장이 정책을 이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신뢰를 잃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정부는 국민신뢰부터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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