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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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성주호 둘레길
무흘구곡(武屹九曲) 품고 있는 호수 따라 걷다

  • 입력날짜 : 2020. 09.01. 18:19
수도산과 독용산 자락을 돌고 돌아가며 아름다운 계곡을 이룬 대가천은 성주호에 이르러 거대한 인공호수가 된다. 성주호에 합류하기 전의 대가천 모습. 대가천 옆에는 금수문화공원 야영장이 강변을 따라 길게 자리를 잡고 있다.
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창군 사이에 솟은 수도산(1천317m)은 높은 봉우리만큼이나 깊고 그윽한 골짜기를 품고 있다. 수도산 북쪽에 형성된 골짜기는 수도계곡과 청암사계곡을 이루는데, 두 계곡은 단지봉(1천327m)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줄기와 합류해 대가천이라는 이름으로 성주·고령 방향으로 흘러간다. 골짜기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대가천은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울려 곳곳에 절경을 만들었다.

일찍이 대가천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이 있었으니 조선 중기 학자 한강 정구(鄭逑) 선생이다. 정구 선생은 청암사 가까운 대가천 상류에 머무르면서 저술을 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틈날 때마다 대가천을 오르내리던 정구는 중국 남송 때 유학자 주희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받아 대가천 절경 아홉 곳을 골라 이름 짓고 7언 절구로 노래했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이 그것이다.

무흘구곡은 경북 성주군 수륜면 신정리에 자리한 제1곡 봉비암(鳳飛巖)에서부터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아래 제9곡 용소폭포까지 약 35㎞ 구간에 있는 아홉 곳을 일컫는다. 수도산과 독용산 자락을 돌고 돌아가며 아름다운 계곡을 이룬 대가천은 성주호에 이르러 거대한 인공호수가 된다.

1992년 완공된 성주댐은 성주와 고령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성주댐이 건설되면서 몇 개 마을이 사라졌고, 수몰지에 있던 문화재들은 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흐르던 하천은 성주댐을 만나 호수가 됐고, 호숫가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해졌다. 이후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성주호는 드라이브 하는 사람, 트레킹 하는 사람,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성주호를 따라 달려가는데, 굽이굽이 펼쳐진 산줄기와 호수가 행복하게 어울려 있다. 성주호 둘레길은 성주호 둘레를 따라 걷는 길이다. 출발은 아라월드 입구다. 아라월드는 수상레저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다. 여기에서는 물과 관련된 각종 스포츠와 놀이가 가능하며 물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초입에서 임도를 따라 500m쯤 가니 흙돌담으로 둘러진 한옥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봉두리 영모재(永慕齋·경북 문화재자료 제281호)로 조선 명종·선조 때 사람인 한춘부와 그의 손자인 효종 때 학자 한두남의 재실로 청주한씨 문중에서 1925년 건립했다.
봉두리 영모재.

영모재에서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온전한 숲길이 이어진다. 그윽한 솔숲길을 따라가니 부교로 가는 길이 갈린다. 부교는 말 그대로 물위에 떠 있는 다리다. 물 높이가 높아지면 다리의 높이도 높아지고, 물이 빠지면 다리 높이도 낮아진다. 부교 위를 걷는데,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있어 물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호수는 잔잔하고 고요하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물위를 걷고 있는 길손들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성주호 부교는 물 높이가 높아지면 다리의 높이도 높아지고, 물이 빠지면 다리 높이도 낮아진다. 부교 위를 걷는데,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있어 물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부교를 지나 완만한 숲길을 걷는다. 장마철이라 숲속에는 갖가지 버섯들이 피어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망태버섯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망태버섯은 노란 망태처럼 그물모양을 하고 있고 속은 텅 비어 있다.

성주호 상류 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소나무가 고요한 숲을 이루고, 간간이 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활엽수도 그늘을 만들어준다. 중간 중간 쉬어갈 만한 정자도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간식을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라월드에서 무학리 광암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물길과 부드러운 숲길로 이뤄져 성주호 둘레길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간이다.

숲길을 벗어나자 성주호 최상류에 있는 교량 광암교가 바라보인다. 광암교 근처에는 무학1리 넉바우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 담장 아래에서 참나리가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돼지감자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광암교 위쪽으로 아름다운 대가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광암교 다리를 지난 대가천은 길게 내민 산줄기를 따라 물굽이를 이루어 휘돌아서 성주호로 흘러들어간다. 광암교 다리에 서서 대가천을 바라본다. 수도산에서부터 유유히 흘러 이곳에 이른 대가천이 맑고 깨끗하다. 대가천 옆에는 금수문화공원 야영장이 강변을 따라 길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성주호 최상류 대가천의 청정한 물가에 위치한 금수문화공원 야영장은 넓은 캠핑장과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많은 야영객들이 찾는다.

성주호 둘레길은 대가천을 따르지 않고 성주호 둘레로 난 30번 국도를 따라서간다. 도로를 따라가지만 별도의 데크길이 있어 걷는데 불편하지는 않다. 호반길을 걷다보면 바로 아래에서 호수가 출렁이고, 호숫가에 서 있는 산봉우리들이 호수위에 또 하나의 봉우리를 만들었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로수를 이루고 있어 벚꽃 피는 봄철에는 운치 있는 길이 될 것 같다.

도로변 호숫가에서 팔작지붕을 한 작은 정자 하나가 길손을 맞이한다. 현판을 보니 백운정(白雲亭)이라 쓰여 있다. 도로에 바짝 접해 서 있는 한 칸 백운정은 원래 대가천변 절벽에 있었는데 성주댐 건설로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성주호 가운데로 반도 모양으로 뻗어나간 산줄기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처음 출발했던 아라월드가 바라보이고, 성주호를 감싸고 있는 독용산의 우뚝 선 모습도 볼 수 있다.
호수변 도로에 바짝 접해 서 있는 백운정(白雲亭).

신성마을에서 성주댐 방향으로 걷다보니 독용산 뒤로 불꽃처럼 솟아오른 가야산의 모습이 가깝게 바라보인다. 가야산은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을 가르고 있다.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 남쪽 자락이 합천군에 속하고, 백운동을 포함한 가야산 북쪽은 성주군에 속한다.

신성리에서 성주호전망대까지 1.5㎞ 정도를 도로 따라 걷다가 성호정이라 불리는 팔각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로 올라서니 성주호가 내려다보인다. 보트스키가 물길을 가르며 달리며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시원하다.

성주댐 아래 강정교라는 다리를 건너 다시 건너편 댐 위로 올라간다. 성주댐에서 아라월드로 가는 길은 호수 가운데로 산줄기가 뻗어 내리고 산줄기 양쪽으로 물길이 나 있는 성주호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호수를 곁에 두고 걸었지만 여름철이라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성주댐에서 아라월드 방향으로 걷다보면 호수 가운데로 산줄기가 뻗어 내리고 산줄기 양쪽으로 물길이 나 있는 성주호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여행쪽지
▶성주호 둘레길은 수려한 경관을 가진 성주호와 독용산성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성주호 둘레길은 성주호반을 따라 걷는 ‘성주호길’과 독용산성 산길을 걷는 ‘독용산성길’로 이뤄져있다. 성주호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주호길’을 택한다.
▶코스(성주호길) : 아라월드→영모재→광암교→백운정→신성리마을→성호정(성주호전망대)→강정교→성주댐 수문→아라월드 (12.5㎞,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아라월드(경북 성주군 금수면 사더래길 116)
▶둘레길 걷는 동안 식사할 만한 곳은 광암교와 신성리마을 두 군데 있다. 그중 신성리 마을에 있는 신성식당(054-932-5087)에서는 식당주인이 직접 만든 손두부, 보리밥 청국장, 우리밀 칼국수 등 소박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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