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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과 남의 돈 / 김일태
김일태 전남대 교수

  • 입력날짜 : 2020. 11.24. 18:37
김일태 전남대 교수
이번 정기국회는 금융범죄 사기 사건으로 시작된 옵티머스 사건의 정관계 로비 및 법조 비리 의혹,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특별활동비 사용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예산은 작년 본예산 대비 8.5%(43.5조원)가 증가한 555.8조원으로 편성되어 국회의 심의 과정에 있다.

코로나19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는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포용적 고용을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이 국회의 심사를 통해 투명하게 집행돼 중점과제가 실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낸 세금이 자신과 남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나아가 돈의 출처와 사용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돈의 소유와 사용 목적에 대해서 독일 경제학자 하노 벡(Hanno Beck)은 독일어판 번역본 ‘경제학자의 생각법’(Das Kleine Wirtschafts-Heureka: Okonomische Geistesblitze fur Zwiscendurch)에서 내 돈과 남의 돈의 흥미로운 네 가지 조합, “내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것”, “내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것”,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의 경우를 설명했다.

이 같은 조합을 사용해 경제주체의 행동을 살펴보면, 먼저 ‘내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것’으로 요즘 인터넷에서 태그 표시로 유행하는 말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이다. 내 돈은 공짜 점심이 없는 자신의 노력으로 번 돈이고 자신과 가계를 위해 소득제약조건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소비를 하거나 비용과 편익에 의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설령 오류를 범하는 의사결정으로 부채가 증가하여 가계경제가 파탄하는 것도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첫 번째 조합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이기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 벤 버냉키 교수와 로버트 프랭크 교수가 지적한 Economic Naturalist(경제적 사유인)로 행동한다.

두 번째는 ‘내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으로 내 돈으로 남을 위해 쓰는 돈은 상당할 정도의 인내심을 동반하는 이타심의 발로인 기부행위다. 이런 행위는 주로 장학금이나 발전기금 등의 돈을 기부하는 것이고 재난이나 곤궁에 처할 경우 위로금을 내고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기부금회계 의혹이 발생했을 때 기부자들은 기부금의 용도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것은 힘들게 번 돈이 합당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사용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합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이타심과 자긍심에 의해서 행동한다.

세 번째는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것’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남의 돈이 나를 위해 쓰이는 합법적인 방법은 투자이지만 남의 돈을 불법적으로 축적하여 나를 위해 사용하는 상황은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탈세나 밀수, 유명 유튜버 뒷광고의 기만행위, 회사와 단체에서는 비자금과 조세 포탈, 정부의 보조금이나 지원금 지급과 개인 간 거래에서는 사기와 횡령 등으로 남의 돈을 가로챈다. 세 번째 조합은 지하경제를 이루는 땅 밑으로 흐르는 돈이 돼 소득분배 왜곡과 세금 감소로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시장경제의 질서를 망가트리고 불공정 과세로 건전한 국민들에게는 피해의식을 심어준다.

마지막으로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에 대해서 하노 벡은 “세금이 바로 남을 위해 쓸 남의 돈”이므로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하는 정치인이나 정부의 관료들 자신이 직접적으로 번 돈도 아니기 때문에 예산 배정과 지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소홀히 하게 되고 그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세금을 분배하는 역할에서 지역구 챙기기나 선심성 행정 등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돈을 힘들게 벌어서 세금으로 낸 국민들은 예산이 잘못 사용되고 낭비되는 현상을 감시하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고 세금을 낭비한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 남의 돈은 낭비된다.

이런 점에서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책임이 따르므로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마지막 조합은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국가적으로 예산을 통해서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대중 기반의 포퓰리즘 행동을 할 수 있다.

국민들은 내 돈과 남의 돈 모든 돈이 공정한 규칙과 절차에 의해서 투명하게 땅 위에서 벌어서 사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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