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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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의 '문화터치']‘아름다운 절 미황사와 금강스님’

  • 입력날짜 : 2021. 01.14. 19:45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스님, 가지 마세요.”

땅끝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2월자로 미황사를 떠나게 되면서 세간이 들썩였다. 스님이 아니면 미황사는 안 된다며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SNS였다. 또 곧바로 서명운동으로 이어졌다. 지역신문에 광고까지 실렸다. 최근 두 세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세간의 그런 희망과는 다르게 스님은 마음을 굳히고 짐을 싸고 있다. 스님의 미황사 작별에 대해 해남은 물론 전국이 뜨겁게 달궈졌다. 중앙언론들까지 나서 주지스님의 근황을 전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무려 6천여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고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를 불교계에 전해 자신들의 뜻을 밝힐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님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교계의 결정을 묵묵히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스님의 거취 문제를 세간에서 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이를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이들이 적잖다.

금강스님이 없는 미황사는 상상하기 힘들다. 주민들로 구성된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달마산에 미황사가 있어 산이 아름답듯이 미황사는 금강스님이 있어야 아름다운 절”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민, 불자, 탐방객 등이 서명운동에 참여하며 금강스님이 미황사에 계속 있어주기를 속절없이 희망한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가 오래 있었습니다. 꼭 누구여야 한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다른 스님이 오셔서 더 나은 일을 할겁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거기에 맞는 일을 또 해야겠지요”.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스님, 가시면 안됩니다”라는 읍소에 돌아온 응답이다.

주지의 임기는 보통 5년이란다. 금강스님이 20년을 봉직했기에 벌써 세 번이나 유보된 일이다. 불교계 문중에서도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단순히 그 논리로만 맡길 수 없는 점이 있다. 한반도 땅끝 해남에 위치한 미황사는 아름답기로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사찰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적이 뜸했고 거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사찰이었다. 폐허 위기에서 예전의 번듯했던 천년 사찰의 위상과 명성을 되찾게 한 것은 순전히 금강스님의 노고에 힘입어서다.

최근에 명품길로 부각된 미황사 달마고도길도 금강스님의 아이디어 제안에 의해서 시작됐고 닦여졌으며 등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길로 꼽히고 있다. 스님의 인문학적이고 대중친화적인 행보에 의해 미황사는 땅끝 사찰이 아니라 일반대중의 마음 속 사찰로 우뚝 섰다. 어디 그뿐인가. 스님은 초창기에 한문학당을 설립했다. 직접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한문과 예절을 가르쳤다. 절 마당에서 뛰어노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미황사에선 쉽게 접하는 풍경이었다. 2천년대 초반부턴 템플스테이를 벌여 국내 대표 사찰 체험장으로 발돋움시켰다.

다음은 산사음악회다. 미황사가 문화적으로 널린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이후 전국의 사찰이 산사음악회를 줄줄이 개최해 사찰을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데 선봉장이 됐다. 이외에도 괘불제, 대웅보전 천불벽화·웅진당 나한벽화 복원, 자하루미술관 건립, 문양탁본 전시 등 금강스님이 행한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황사의 중창불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현공스님에 이어 금강스님이 주지를 맡으면서 중창불사가 거듭됐다. 그 역사를 아는 이들은 금강스님 없는 미황사의 그림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스님에게 떠나지 말라고 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땅끝 해남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엔 금강스님이 오랜 세월 뿌리고 가꾼 불교문화가 펄떡이며 숨쉬고 있다. 그 행보는 사찰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네 일상으로까지 파고들었다. 현대인의 삶에 윤활유가 되고 지침이 되는 아름다운 발자국이었고 불교의 실천력이었다. 금강스님이 미황사에 남아야 할 이유다. 그러나 스님은 떠나는 것을 택했고 불교계는 침묵하고 있다. 그게 안타깝다. 금강스님이 뿌린 씨앗이 아직 꽃망울을 다 피워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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